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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불황예찬론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1 15:36

수정 2018.12.31 15:36

[fn논단] 불황예찬론

2019년 실물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경제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투자와 소비 부진이 예상돼 저성장 구조로 빠져들까 염려된다. 경쟁력 향상과 미래산업 투자기반 조성이 투자의 관건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및 미래불확실성 등은 소비회복에 걸림돌이다. 수출로 숨통을 트기가 쉽지 않다. 원화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평가절하가 어렵고, 세계시장은 경기후퇴와 무역전쟁 등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저성장 기조화 우려는 위기이자 기회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다. 경기를 살리면서 물가안정도 꾀하기 어려워 정책적 난관에 처한다. 또한 유럽식 고용불안의 만성화 우려다. 설비투자 부진 장기화로 제조업 고용기반이 부실해진 데다 새 고용원인 서비스산업도 강한 규제로 시장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만큼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고비용·저효율을 타파할 공감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국제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금융완화로 달러화 부채가 증가하고 자산가격이 높아져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 소규모 지역적 금융 현안도 금방 세계 이슈가 될 분위기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 간 정책금리 나 실물경기 격차로 세계 금리, 환율 등 금융 변수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의 거시경제정책'(2014)에서 미국 버클리대 로머 교수는 '향후 금융위기는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그 형태나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결론 냈다.

향후 경기후퇴나 금융시장 교란 시 안정화정책 여력은 높지 않다. 통화정책은 긴축 모드이지만 미국과 정책금리 차이가 0.75%포인트나 벌어졌다. 국내경기 하강 우려와 가계 및 기업의 채무상환비율 상승이 부담이지만, 금리인상이나 금융안정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 재정정책 여력도 녹록지 않다. 공공부문 부채가 국민총생산의 63.2%(2016년)에 달했고, 복지지출도 급증하는데 경기후퇴로 세원 확보가 여의치 않다.

민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나 자본축적의 포화 정도를 고려하면 향후 성장률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성이다. 미국의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기대감소의 시대'(1994)에서 '삶의 질을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생산성을 제고하는 역량'이라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수적이며, 근무집중도 향상 등 일터혁신이 충분조건이다. 나아가서 일정 기간 각자의 욕구를 자제하는 노사 대타협을 이뤄내면 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큰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일터혁신이 확산되고 규제완화도 강화되면 투자여건은 크게 개선된다.

경제정책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 해묵은 과제이지만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 높은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지식집약업과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도록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빈번한 경기변동에 대비해 소규모 구조조정이 용이하게 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 구직지원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직업 매칭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면 자영업자 비중이 축소하는 부수효과도 있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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