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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기해년, 좋은 꿈 꾸셨습니까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7 17:18

수정 2019.01.07 17:18

[여의도에서] 기해년, 좋은 꿈 꾸셨습니까

"좋은 꿈 꾸셨습니까."

보통 새해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는 대표 덕담 중 하나다.

황금돼지띠인 올해, 기해년에는 이런 덕담이 더 많이 오갔을 것이다. 황금돼지가 행운과 재물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관심사는 당연히 집값이다. 이 때문에 "좋은 꿈 꾸셨습니까"라는 인사는 이들에게 "집값 오르는 꿈 꾸셨습니까"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해년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8~9월까지 뜨겁게 달아오르던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게 꺾였다. 새해를 대표하는 부동산 키워드는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이다.

한국감정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더 그렇다. 감정원이 협력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이 더 우울할 것 같다. 올해 주택 매매가격은 대출규제를 주요 이유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절반을 넘었다. 전국 6000여 협력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이기 때문에 표본도 적지 않다.

공인중개사들은 올해 집값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대출규제 강화를 꼽았다. 또 공급물량 증가도 집값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지역 기반산업 및 경기침체, 보유세 개편, 다주택자 규제 등 정부 규제도 집값 하락 예상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여전히 집을 가진 사람들은 새해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할 것이다.

최소한 지금 시세를 유지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집을 팔 수는 없다. 또 각종 규제를 내놓은 정부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반면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현재도 집값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받기도 어려워졌다. 집값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된 지금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도 현재의 거래절벽에 당황할 수 있다. 9·13대책이 이렇게 거래절벽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집값이 과열되거나 시장이 위축될 때마다 정부는 갖가지 정책을 내놓는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시장의 고유한 원칙까지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집값과 주택공급은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다.

특히 주택공급은 정치적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 5년 단임제인 대한민국에서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늘상 지금까지 주택공급은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다. 행복주택 등으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문재인정부 직전 정부가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금융규제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완화됐던 금융규제는 2019년 국민에게 꿈이 아닌 악몽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폭탄, 집값 하락에 따른 부동산 버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집값과 주택공급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된다.
그리고 국민만 헛된 꿈을 꾸게 된다.

기해년 새해에 정부와 정치권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을 바라봐주기 바란다.
정권을 뛰어넘는 적기적소의 주택공급, 집값안정을 위한 대책.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된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자유롭게 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경제 제도의 기초적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 기해년 새해에는 그런 꿈을, 좋은 꿈을 꿔본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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