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권승현 기자】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19'에서 만난 AI와 로봇은 모호함을 덜어내고 실용성을 입었다. AI의 경우 단순하게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 생활 곳곳에서 도움을 주는 형태로 진화했다. 로봇은 움직임이 보다 정교해지고 똑똑해졌다. 허울뿐인 AI와 로봇은 CES 2019 전시관에서 외면됐다.
9일 미국의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으로 곡물과 다른 잡초를 분리해주는 콤바인(Combine harvester)'을 전시했다. 콤바인은 농토 위를 주행하면서 곡식을 수확해 탈곡해주는 농기계다. 이 콤바인은 탈곡 이후 뒤섞인 곡식 낟알과 이삭을 깔끔하게 분리해준다. 이 회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비전 시스템 기반의 AI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 회사는 AI가 발전을 거듭해 농업 분야에도 스며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관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1900년대 초반부터 단순한 차원의 기계가 도입돼 1900년대 후반에는 거의 모든 농정이 자동화됐다"며 "이제는 AI가 농정 형태를 바꿀 때다"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1837년 농기계 제조업체로 시작해 연간 3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AI를 활용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기기도 있었다. 중국의 최대 비디오·이미지 시스템 업체 넷포사(Netposa)를 모기업으로 둔 링 테크놀로지(Ling Technology)가 전시한 '루카(Luka)'가 그 주인공이다. 루카는 카메라와 AI를 통해 동화책 이미지를 인식하고 각 장면 장면을 실감나게 읽어준다. 지원하는 언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독일어다.
루카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만 100만대가 팔렸다. 한국 시장에도 올해 3월부터 판매된다. 링 테크놀로지는 한국의 출판사들과 협의를 진행해 지원 동화책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링 테크놀로지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와도 제휴해 공동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루카의 모토는 아이들을 다시 책 앞에 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기술은 인간과의 탁구 경기에서 승리할 만큼 정교해졌다. 일본의 오므론(Omron)은 부스 한켠에 탁구를 치는 로봇을 전시하고, 사람과의 탁구 대결을 펼쳤다. 자신있게 나선 한 도전자는 첫 판에서 랠리 끝에 로봇에게 졌다. 탁구가 취미라는 다른 도전자는 이 로봇과 대등한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
중국의 슬램텍(Slamtec)은 서빙 로봇 '제우스'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센서와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해 인간에게 음료수, 음식 등을 서빙한다. 전시장에서 본 제우스는 물을 전달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가도 발 앞에서 바로 멈췄다. 이어 물병을 집어들자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했다.
중국의 공다오 로봇 테크놀로지(Gongdao Robot Technology)는 물 속을 헤엄치는 로봇 '로보피쉬(RoboFish)'를 소개했다. 로보피쉬는 생체공학과 유체역학을 기반으로 해 실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로봇은 교육용으로 활용되거나 물 속에서 사진, 비디오를 촬영하는 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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