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대중교통 미세먼지의 위험성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0 16:48

수정 2019.01.20 16:48

[특별기고] 대중교통 미세먼지의 위험성

기해년 첫 미세먼지 대란이 포비아(공포증) 수준으로 전국을 뒤덮었다. 국민들은 미세먼지 경고 때마다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나 차량 내부에서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실내공간이나 차량 내부의 미세먼지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의 한 연구기관이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된 최근 이틀간 서울 시내버스 내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매우 나쁨 수준인 213㎍/㎥ 로, 이는 외부와 미세먼지 농도와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 특히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는 이산화탄소 수치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실내 공기질은 최악의 상태였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이 허용하는 실내 공기질에서 미세먼지인 PM10(입경 10㎛ 이하 미세먼지)은 ㎥당 150㎍이하로, 허용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허용기준을 100㎍/㎥로 낮추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쁨' 수준이다. 그나마도 다중이용시설과 철도, 시외버스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내버스는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에서는 전기수소차 생산,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 다양한 교통정책을 통해 전체적 대기질을 개선해 실내공간의 공기질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65% 이상이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전기수소차로 교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운전자의 운행을 강제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도심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하고 빠르고 건강하다는 것을 시민이 직접 느끼게 만드는 기술들이 도입돼야 한다.

일부 연구진은 시내버스의 이동성을 주목하고 있다. 시내버스에 실내외 겸용 공기청정기를 달아 도심 미세먼지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약 7000대로 차량 전용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1만2000L의 공기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분당 840만명이 동시에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이 정도 양으로 서울 시내 전체의 공기질이 단번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자가 더욱 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늘리고, 14곳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도 전국에 1200곳으로 확대한다고 하니 분명 미래의 거리는 오늘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하루도 견디기 힘든 시민들에게 내일의 희망보다는 오늘의 안일이 더욱 중요하다.
백년을 내다보는 정책 실현도 분명 옳지만,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수소차 개발, 버스 장착용 공기청정기, 공기청정 타워등 다양한 가능성에 적절한 분산투자를 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이 아닐까 한다.
버스 전용차선, 시내버스 노선 개편, 무료 환승제 등 실효성이 있는 대중교통 정책으로 도심 교통환경을 크게 개선했던 정부가 대중교통 수단이 진정한 시민의 발로 거듭나기 위해서 다음에는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주상현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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