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인간에 대한, 인간애였다
고암 이응노 30주기 기념전
"서예에는 조형의 기본이 있다. 선의 움직임과 공간의 설정, 새하얀 평면에 쓴 먹의 형태와 여백과의 관계, 그것은 현대회화가 추구하고 있는 조형의 기본이다."(고암 이응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양팔과 두 다리를 힘껏 하늘로, 땅으로 뻗는다. 멀리서보면 힘차게 날개 짓하는 검은 새떼 같기도 하다.
재불화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1983년작 '군상'은 한지(韓紙)를 탁 트인 광장 삼아 먹 선과 점만으로 수백 명의 군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1980년 광주항쟁을 계기로 그 형태가 드러난 게 바로 이 '군상'으로, 자연스레 2017년 광화문 광장이 겹쳐진다.
'군상' 연작은 '문자 추상'과 함께 작가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2017년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군상'은 190만 홍콩달러(약 2억7000만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쓰기도 했다.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응노 작가의 '도불 60년, 작고 30주기 기념전-원초적 조형본능'은 작가의 작품세계가 어떤 변화를 거쳐 70년 예술관이 집약된 '군상' 연작으로 수렴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평면과 조각 작품, 수묵화까지 89점이 전시 중이다. 1922년 서화계 대가 김규진에게 사사한 작가는 문인화로 화단에 입문했지만 일본 유학을 통해 반추상 수묵화를 실험했고, 1958년 도불 이후 한자와 한글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콜라주, 수묵, 유화,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형태로 '문자 추상'을 발전시켰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등 냉전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겪은 비운의 예술가로 이응노의 60년대 추상작업에서 변형된 문자들은 사람의 형상과 닮았다. 70년대 문자추상 또한 사람과 융합한 형태로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결국은 인간애로 귀결되는 고암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는 그가 왜 우리 현대미술의 거목인지 느끼게 해준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