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생부에 학교폭력 기재해야" vs "어린애 낙인찍나?" 갑론을박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2 09:00

수정 2019.01.22 09:00

-"피해학생 평생 트라우마…폭력에 대한 기록 남겨야"
-현직 교사, 학생부 기재 두고 의견 '분분'
-교육부 "현행제도, 교사가 개입하기 어려워"
[사진=자료사진]
[사진=자료사진]

교육부가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육부의 '경미 처벌 학생부 미기재 방안'에 반대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미 처벌 학생부 미기재 방안'은 학교에서 폭력을 가한 학생이 경미한 처벌을 받을 경우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해당 방안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가해학생의 폭행 사실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처벌이며, 교육부에서 밝힌 '경미한'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예정자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피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평생 그 기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며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옹호를 멈춰달라.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데 기록조차 없애면 그냥 죄를 지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것 아닌가"라며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피해학생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 현직 교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vs "학교폭력의 기준 모호해"

현업에 종사하는 교사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엔 분분한 의견을 보였다.

현재 모 중학교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인 A교사는 "학생부는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전부 삭제되기 때문에 미래에 큰 제약이 되지 않는다"며 "교사가 해당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징계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학생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이런 과정이 책임감을 배양하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B교사는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행정편의상 학생부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며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는 기준은 모호하다"며 "성추행을 한 학생이 접근금지 처분에서 그친 반면 욱해서 친구를 한 번 때린 학생이 더 높은 수위에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른 문제인데 사건의 경미성을 두고 기재여부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C교사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서로 합의를 이룰 경우 기재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라며 "작은 다툼으로도 학생부에 기재되는 경우가 있고, 학생부에 기재된 이후 더 삐뚤어지는 사례도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답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학교생활기록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학교폭력 대응, 피해학생 중심으로 고려해야"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 따른 부작용을 예로 들며 폭력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폭력 처벌에 있어 사소한 사안과 지속적인 사안은 구분돼야 한다"며 "현행 규정에 따르면 아주 사소한 사안까지 학교폭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교사의 행정적 부담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교우관계 훼손으로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찬성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치위원회 등을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전했다.

반면,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정책을 발의하기 전에 피해학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신중을 기했다.

그는 "학교에서 사건의 경미함을 판단할 근거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피해학생 중심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피해학생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란 기본적으로 교육하는 공간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지라도 철저하게 교육적인 관점에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제도에선 징계가 흡사 사법절차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교사가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부에 기록하면 어차피 대가를 치렀다며 가해학생이 더 탈선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방침은 한번 더 기회를 주고 가해학생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다.
피해학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을 것"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학생생활기록부 #교육부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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