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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본격화… 정작 최대 피해국은 美?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0 16:53

수정 2019.01.30 16:53

제재 소식에 美 석유 3% ‘껑충’
美, 질 낮지만 값싼 베네수엘라유.. 셰일 석유에 섞어 정제·판매해와
대체할 공급선도 딱히 없는 상황.. 베네수엘라는 충격 덜 받을수도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본격화… 정작 최대 피해국은 美?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경제제재는 전세계 석유업계, 특히 미 정유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또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대체할 값 싼 석유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니콜라 마두로 정권 교체를 압박하기 위해 경제제재라는 칼을 빼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제재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얽히고 설킨 양국 석유산업

CNN비즈니스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제재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몰고 오고 있다면서 당장 미국 유가가 3% 뛰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28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업체 PDVSA 자금을 동결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석유 공급이 막힐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은 수십년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얽히고 설켜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세계에서 4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특히 복잡한 미 정유 시스템으로 인해 미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의 값싸고 품질 낮은 석유를 필요로 한다. 미 정유사들은 자국산 셰일 석유에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섞어 기름을 정제한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주요 산유국이 됐고, 내년에는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석유수출이 수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OPEC을 비롯한 다른 산유국들의 석유는 여전히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캐나다, 멕시코, 사우디와 베네수엘라 등에서 수입한다. 베네수엘라 석유 공급이 막히면 미국 유가가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미 석유업계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는 비록 세계 최대 석유매장국이라고는 하지만 생산되는 석유의 질이 매우 낮아 석유를 수출하려면 외국에서 고품질 석유를 수입해 이를 자국산과 섞어야 한다.

베네수엘라가 수입하는 고급 외국 석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게 미국산 석유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는 미국에서 일평균 50만6000배럴의 석유를 사들였다.

■베네수엘라 대체 공급선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8일 베네수엘라와 PDVSA 제재를 발표하면서 "주유소 기름값에는 이로 인한 어떤 충격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므누신은 "중동 우방들이 기쁘게 공급 부족분을 해결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수입대체선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시장 반응은 달랐다. 므누신의 이같은 다짐이 무색하게 이날 미 유가는 3.7%까지 오르며 장중 배럴당 53.93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뜻대로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증산여력이 있는 사우디는 유가 상승을 위해 감산을 다짐한 상태고, 다음달에는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사우디는 미국의 압력 속에도 이번 산유량 동결을 주도한 나라다. 사우디를 빼면 이란이 남지만 미국이 경제제재 중인 이란에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를 따돌리고 미국이 석유를 수입하는 1, 2위 국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도 추가 석유공급이 어렵다. 이미 최대치에 도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JBC 에너지는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석유는 실질적으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특히 석유인프라 한계로 추가 생산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RBC 캐피털마켓츠의 글로벌 에너지전략 책임자 마이클 트랜은 "사실상 캐나다와 미국을 연결하는 송유관은 풀가동 상태"라면서 "(값이 싼) 무거운 석유(중유) 수입대체선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재효과 미미할 수도

미국이 다른 나라에 베네수엘라 제재를 일괄 적용하지 않는 한 제재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이 11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리스태드 에너지는 이날 보고서에서 실제 감소 규모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석유에 목마른 중국과 인도가 값싼 베네수엘라 석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미 수출 길이 막힌 베네수엘라 석유는 중국과 인도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제재 최대 피해자는 미 정유업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뜩이나 마진이 낮은데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까지 막히면 더 비싼 석유를 섞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리스태드 에너지의 글로벌 정유인프라 책임자인 파올라 로드리게스-마시우는 "미 정유업체들이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