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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레저] 이번에도 대게만 먹고 가시게? 겨울에 떠나는 울진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6:52

수정 2019.01.31 16:52

덕구온천서 원탕까지 가는 덕구계곡 4㎞ 오솔길
금강산 구룡폭포 축소해놓은 듯
칼륨·철 등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 신경통·류마티스·근육통에 특효
수산물 사러온 손님 가득한 후포항
회부터 붉은대게·문어숙회까지 쪄먹고 비벼먹고 끓여먹다보니 올 겨울도 이렇게 흘러가네
울진 대게 조형물
울진 대게 조형물


【 울진(경북)=조용철 기자】 국내 지도를 이리저리 돌아봐도 참 찾아가기 애매하다.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 경북 울진이라고들 한다.

라면처럼 구불구불했던 36번 국도가 바르게 펴지고 인근 지역에 고속도로가 뚫렸다고는 하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아직도 멀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겨울 식도락'으로 으뜸인 대게로 주린 배를 채우고 따스한 온천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아담한 계곡도 널려 있고 옥빛 바다도 지척이다.
그래서 겨울 울진은 매력 덩어리다.

문어숙회
문어숙회


울진에 도착한 뒤 덕구계곡이 있는 응봉산으로 향했다. 덕구계곡은 울진군 북변 덕구리에 위치해 있으며 뒤로는 해발 998m 응봉산이 자리잡고 있다. 계곡은 봄여름가을겨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덕구온천의 물이 나오는 곳이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지는 4km의 오솔길은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도 덕구계곡의 명물. 금문교,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을 하나씩 지나면서 형제폭포, 옥류대를 지나 용소폭포에 다다른다. 옛말에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단단해 보이는 바위도 뚫어낸다는 말이 있다. 흐르는 물은 암석을 조금씩 깍아내기도 하고 물이 얼고 녹으면서 암석을 부수기도 한다. 심지어 암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물에 아주 천천히 조금씩 녹아나간다. 이처럼 덕구계곡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은 이곳의 혼성암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다듬어냈다. 덕구계곡은 검은 편암과 흰 화강편마암이 마치 색이 다른 물감들이 섞인 것처럼 곳곳에서 뒤얽혀 있다. 검은 편암과 희 화강편마암을 과거 강한 열과 압력을 받아 엿가락처럼 늘어지면서 지금처럼 복잡하게 섞인 형상을 띠게 됐다. 이런 형상을 '혼성암'이라고 부른다. 혼성암은 덕구계곡이 가지는 어울림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용소폭포 또한 물방물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조각품이다. 용소폭포 마당소에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용소골 이무기와 마덕구 이무기가 서로 먼저 용이 돼 승천하려고 수백년을 기다려왔지만 승천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매봉여신의 도움으로 승천해서 용이 됐다고 한다. 기암괴석 사이로 폭포수가 용트림하며 낙수하고 아래는 거울같이 맑은 물이 고이게 됐는데 위에는 용소폭포, 아래는 마당소라고 한다. 마당소는 매봉여신이 용으로부터 온천수를 선물로 받고 난 후 용소골 이무기와 선녀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자리를 선물로 내놓은 곳이라고 전해진다. 마당소는 수심이 워낙 깊어 옛사람들이 명주실 한꾸리를 풀어 넣었으나 실끝이 약 4㎞ 떨어진 산너머 마덕구계곡으로 나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후포항 갓바위
후포항 갓바위


용소 폭포를 지나 계속 오르면 덕구온천의 원탕에 다다른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도 인기다. 주차장에서 응봉산 정상까지 정상인의 발걸음으로는 약 3시간여의 시간이 걸린다. 덕구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원탕까지 산책을 할 수도 있으며 등산로 역시 그렇게 험하지는 않다. 단, 원탕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급경사여서 등산 초보자는 힘들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약 45분 정도 걷다보면 미네랄이 풍부한 약수터가 나오는데 일명 효자샘이라고도 한다. 옛날 어느 나무꾼이 부모님이 불치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자 이 약수물을 길어다 드시게 하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게(왼쪽)와 붉은대게
대게(왼쪽)와 붉은대게


울진군 북면 덕구리 인근 주민들이 예로부터 손으로 돌을 쌓아 온천탕을 만들고 통나무로 집을 지어 관리한 것이 지금의 덕구계곡 노천 온천탕의 시작이다. 덕구온천은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모터로 뽑아낸 것이 아닌 자연용출 온천으로 하루에 약 2000여t이 솟는다. 덕구온천 원탕은 풍부하게 온천수가 공급된다. 이미 빠져나간 온천수를 정화해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넉넉한 양이다. 덕구온천은 뿜어져 나올 때부터 41.8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온천욕에 딱 알맞은 온도. 온천수 안에는 중탄산나트륨, 칼륨, 칼슘, 철, 탄산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약알칼리성을 지닌 온천수는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구온천은 관광호텔과 대온천탕, 스파월드, 한식당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온천휴양지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초현대식 기포욕, 플로링, 바디마사지 등의 테라쿠아(테라피+아쿠아 합성어로 온천수로 치료를 하도록 만든 시설)와 아쿠아포켓, 침탕, 스파탕 등의 액션스파, 어린이 슬라이더, 장수건강지압보도, 사우나 등을 체험하면 겨울 추위가 두렵지 않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울진군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후포항으로 향했다.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대게가 살이 오르는 대게철,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대게철인 한겨울부터 봄까지 가장 붐비는 항구인 후포항 곳곳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어획고를 자랑한다. 후포항은 수산물을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손님을 끄는 아주머니들의 시원스런 목소리가 발길을 잡는 후포항 횟집촌에서 갓 잡혀온 싱싱한 회와 유명한 울진대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 겨울 후포항의 가장 큰 매력이다.

등기산 스카이워크 전경
등기산 스카이워크 전경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선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9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대게와 쫄깃하고 담백한 풍미의 붉은대게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올해 축제는 메인무대를 왕돌초 광장으로 옮겨 대게경매, 깜짝 이벤트,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춤 플래시몹, 대게춤 경연대회,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깜짝 할인 이벤트 등 대게 주제 상설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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