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일 뿐 아니라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특별한 해인 만큼 유관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항거'나 '유관순 1919' 같은 작품들이 3.1절 전후로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굴곡진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VOD와 IPTV, OTT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에는 극장을 찾지 않아도 원하는 영화들을 선택해 볼 수 있다. 의미있는 3.1절을 보내기 위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 말고도 '다시보기' 해보면 좋을 영화들을 정리해봤다.
◇ 분노의 액션 그리고 의열단…'암살'(2015) '밀정'(2016) '아나키스트'(2000)
분노의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적극적인 '승리의 서사'를 그리기 보다는 비극적이거나 씁쓸한 끝을 맞이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암살'(최동훈 감독)은 의미있는 결말을 그렸을 뿐 아니라 친일파와 일본군을 처단하는 통쾌한 액션신이 대거 등장하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밀정'(김지운 감독) 역시 액션이 돋보이는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다.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뒤를 캐는 조선일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이 의열단 리더 김우진과 뜻하지 않게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이 영화는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일본 경찰과 의열단 사이를 오가며 '밀정' 노릇을 하던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관전포인트인 작품이다.
'암살'과 '밀정'의 공통점이 있다면 의열단을 소재로 하고 이는 점이다. '암살'에는 의열단을 조직한 약산 김원봉(이병헌 분)이 등장하며, '밀정' 역시 주인공 김우진을 의열단원으로 그렸다. 2000년에 나온 영화 '아나키스트'(유영식 감독)도 의열단을 소재로 한 영화다. 무려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담당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이 영화는 의열단을 다룬 '암살' '밀정'과 비교해 보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 포기할 줄 몰랐던 숨은 공로자들…'동주' '박열' '말모이'
총과 칼을 쓰거나 의병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저항했던 이들이 있었다. '동주'와 '박열' '말모이'는 모두 그런 이들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와 '박열'을 통해 일제강점기 청춘의 초상을 뜨겁게 그려냈다. 아름다운 시로 민족을 향한 압제에 저항했던 청년 윤동주의 이야기를 그린 '동주'는 윤동주 뿐 아니라 그의 사촌이자 절친인 송몽규의 삶을 함께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흑백 화면을 사용해 일제강점기 당시로 돌아간 듯한 정서까지 불러일으키며 저예산에도 불구 117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박열'은 '동주'와 다른 듯 닮은 영화다. '동주'가 조용하고 섬세한 작품이었다면, '박열'은 일제에 굴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보여준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인 박열의 삶을 그린 영화다. '동주'에 송몽규가 있었다면 '박열'에는 그의 연인이자 일본인인 가네코 후미코가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대차고 기발한 박열·가네코 후미코 커플의 도발은 웃음을 주는 동시 뭉클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최근작인 '말모이'는 1940년대 조선어사전편찬을 위해 비밀작전 말모이를 진행한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구체적인 캐릭터들은 모두 가상으로 창조된 인물이지만, 조선어학회 한글학자들을 집단 체포하고 투옥했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점을 주목할만 하다.
◇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의 비극…'허스토리' '아이캔스피크' '귀향' '덕혜옹주'
'허스토리' '아이캔스피크'와 '귀향' '덕혜옹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들이다.
'허스토리' '아이캔스피크'와 '귀향'은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영화다. '귀향'이 조금 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공분을 끌어낸다면, '허스토리'와 '아이캔스피크'는 일제강점기 이후 과거의 고통과 싸우며 살아온 여성들의 '현재'를 다룬다.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1990년대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다. 특히 김희애가 연기한 문정숙 사장은 실제 부산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생을 바쳐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외 김문숙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개봉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전이 돋보이는 '아이캔스피크'는 역시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동네 공무원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의 과거와 성장을 담았다. 영화 속 나옥분 여사는 실제 위안부 피해자이자 1992년 일본인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고발했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나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는 영화다.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를 원작으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대한제국 황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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