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비로소 제 평가받은 유관순 열사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7:57

수정 2019.02.28 17:57

[특별기고]비로소 제 평가받은 유관순 열사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삼일절을 맞을 때마다 유관순 열사가 떠오른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재판권을 부정하고 재판을 거부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 그래서 우리는 유관순 열사를 3·1운동의 꽃이요 민족의 누나라 부른다. 유관순 열사는 비록 열여섯 어린 소녀였으나 인간사회에서 자유는 생명과 같으며 나라의 독립은 자유를 보장하는 관건임을 확신했다.

대다수 국민은 건국훈장 서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모른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동안 유관순 열사는 건국훈장 3등급으로 분류됐다. 다른 유명 애국지사 추모제에는 대통령이 헌화를 보낸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 추모제에는 대통령 헌화가 오지 않았다. 관계 기관에 알아보니 국가 의전 예규상 헌화는 건국훈장 2등급 이상자에게만 보낸다는 것이다.

3·1독립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가 서훈 3등급으로 대통령의 헌화조차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개했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뿐 아니라 많은 국민, 단체들이 서훈이 잘못되었으니 올바르게 평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엔 상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기도 했다.

서훈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래야 나라 기강이 바로 서고 젊은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지닐 수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유관순 열사가 서훈 3등급이라면 과연 젊은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이런 점에서 문재인정부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유관순 열사에게 국가 유공자 1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서를 의결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가 3·1독립운동의 표상으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등급 훈장 추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추서가 이뤄진 것이 감격스럽다. 그동안 정부는 상훈법에 서훈을 조정하는 조항이 없어 상훈법을 먼저 개정하지 않으면 등급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공적이라도 시대에 따라 공적을 평가하는 방법, 그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감안하면 바뀔 수 있다. 국위선양 역시 고려할 대상이다. 정부가 유관순 열사에 대해 국위선양이라는 별도 공훈을 기초로 서훈 1등급을 추가로 수여한 것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적절한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관순 열사의 비폭력 저항정신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요, 세계 젊은이들이 배우고 실천할 리더십이 되었다. 예전에 우리는 유관순 열사를 한국의 잔다르크라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잔다르크를 프랑스의 유관순이라 부르게 되었다. 잔다르크가 백마를 타고 갑옷를 입고 칼을 찬 폭력적인 방식으로 프랑스를 구한 영웅이라면 유관순 열사는 맨주먹, 곧 비폭력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는 충남 천안의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때 부모님을 포함해 19명이 일본 군경에 사살되고 3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때 만약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만세 시위대가 무자비한 일본 군경에 폭력으로 저항했다면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독립만세운동이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는 비폭력 저항정신을 영원히 기리고 추모하고자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세우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북한 땅에도 세울 것을 제안한다.


류정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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