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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곤두박질에 1조대 CB 현금으로 갚았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16:58

수정 2019.03.03 16:58

자동차 온라인 판매 결정도 비용 절감 압박서 비롯된 듯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1일(현지시간) 창사 이후 최대 규모 채무를 지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인 2월 28일 테슬라가 자사 자동차를 모두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은 채무지급에 따른 현금 급감, 이에따른 비용절감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7500달러가 없어지고,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좌충우돌하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계속 제소를 당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게다가 이날 모델3 자율주행차 사망사고가 일어나 테슬라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최대 규모 전환사채 상환

테슬라는 1일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9억2000만달러어치 전환사채(CB)를 채권자들에게 상환했다. 테슬라가 상한가를 달리던 5년전 테슬라 주가가 당시 주가보다 42.5% 높은 가격인 주당 359.87달러에 거래될 경우 채권자들이 채권을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으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갚은 것이다.
CB 발행 당시만 해도 테슬라는 모델S를 출시하면서 주가가 고속상승해 상환시기가 되면 투자자들 거의 모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속에 테슬라의 중국 매출이 급감하고, '큰 손' 사우디아라비아가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보이면서 자국의 투자분 회수를 위한 방패막이를 치는 등 테슬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테슬라 주가가 1월29~2월 26일 동안 평균 359.87달러 이상을 기록했다면 테슬라는 현금 지출 없이 주식발행으로 채권상환이 가능했겠지만 주가가 바닥을 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현금 보따리를 풀어야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말 기준 보유현금 36억9000만달러의 약 4분의1 수준인 9억2000만달러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했다.

■첩첩산중 테슬라

머스크는 1월 채권 상환에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힌 바 있고, 이날 홍보실을 통해 CB를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슬라가 당장 만기가 돌아올 빚을 갚을만큼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현금이 '충분'한지 여부는 의문이다. 1일 상환에 앞서 테슬라는 전날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고, 자사 자동차는 오로지 온라인 상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호언장담했던 보급형 모델3 가격을 3만5000달러로 낮추기 위한 이례적인 비용절감 목표에 따른 것이다. 반짝 상승 분위기를 보였던 회사 사정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개 분기 창사 이후 계속된 고질적인 적자를 털어내고, 현금을 곳간에 쌓기 시작했던 테슬라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머스크는 오프라인 매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올 1·4분기 순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 발언 뒤 급락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를 탔고, 이튿날인 1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7.8% 급락한 주당 294.79달러로 마감했다.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해 머스크는 사우디가 지원하고 있다며 테슬라 주식을 모두 사들여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만들겠다고 발표해 SEC로부터 제소당한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법정 합의위반을 이유로 SEC로부터 다시 제소당했다. 매출 전망은 불투명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합의로 끝날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머스크 리스크까지 더해져 테슬라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이번 전환사채 현금 상환은 테슬라가 앞으로 자금을 동원하려면 더 높은 금리나 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어서 회사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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