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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은행원, 플라톤-니체와 사랑에 빠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6 18:23

수정 2019.03.06 18:23

‘자기배려의 책읽기’ 펴낸 강민혁 KB국민은행 부장
5년간 읽은 철학 원전 서평 묶어‘자기배려 인문학’ 이어 두 번째
[fn이사람]은행원, 플라톤-니체와 사랑에 빠지다

"다른 사람이 설명해주는 플라톤, 니체, 푸코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들의 텍스트를 악착같이 읽어내고, 그 세계를 향유하는 기쁨은 엄청나다."

"그런 순간이 되면 어디 써먹을지 모르는데 왜 이 어려운 글을 읽느냐는 볼멘소리가 쏙 들어가고, 오로지 책읽기가 주는 쾌락에 빠진다."

은행원 철학자 KB국민은행 자본시장부 강민혁 부장(사진)이 5년 동안 철학책 원전을 읽고 사유하면서 쓴 41편의 서평을 담아 '자기배려의 책읽기'라는 책을 선보였다.

은행원인 그가 철학에 뛰어든 것은 간단하다. 바로 '쾌락'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부장은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철학이나 글쓰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철학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내 식대로 읽어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쓰기를 통해 사용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쾌락이기 때문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이 책들을 읽고 쓰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물론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여분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 부장은 "로마시대 스토아주의 정치가들은 '여가'(Otium)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냐, 그리고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을 배려하는 공부(글쓰기나 책읽기)를 하고 있느냐로 사람들을 평가했다"면서 "꼭 그 관점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고 전투력을 쏟아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는 '자기배려의 책읽기'를 출간하기 전 '자기배려의 인문학'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책으로 일명 '자기배려'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 부장은 "내게 자기배려는 아무런 목적도, 아무런 후회도 없이 매 순간 '자기'가 새롭게 생산되면서 그 순간 단숨에 향유되고 있는 사건들의 집합이다"라면서 "앞선 책이 나라는 주체 밖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쓴 글이라면, 이번 책은 철학책들을 중심으로 내 주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를 하면서, 나의 변화, 내 안의 사건들을 관찰하고 쓴 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책읽기라는 행위를 둘러싼 저자의 사건들과 변화를 '후기'라는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번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니체의 개념인 '자기'와 '영원회귀'로 다가가는 정신의 현장, 푸코의 책들과 함께 푸코가 탐색한 계보학과 자기배려의 세계에 매혹돼 가는 과정, 벤야민의 책을 통해 철학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게 되는 내 일생일대의 현장 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그의 지적 영토를 넓힐 영역은 어디일까.

강 부장은 당분간 정치경제학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금융과 자본시장에서 20년 넘게 일해 와서 경험적으로 달라붙어 얻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데 최근에 와서 이 분야를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여겨졌다"면서 "주류 경제학에선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할 예정이며, 다음에 쓴 글들은 철학과 정치경제학이 어우러진 글들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