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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무선 TV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28

수정 2019.03.07 21:02

1980년대 말 가정용 유·무선 전화기가 처음 나왔을 때 꽤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전화를 받으며 화장실에 갈 수도 있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동하며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른바 '벽돌폰'으로 불렸던 모토로라 무선전화기 'TAC 8000'을 처음 경험했을 땐 거짓말을 조금 보태 문화적 충격까지 받았다. '휴대폰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이 통신기기는 집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외출까지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작은 변화가 많은 것을 바꿀 때가 있다. 이른바 '와이어리스(Wireless)' 기술이 가져온 일상의 혁명도 그런 경우다.
단지 선을 없앴을 뿐인데 그로 인한 삶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전화기는 물론 헤드폰과 이어폰, 스피커, 키보드, 마우스, 청소기, 선풍기 등에서 선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다이슨이든 차이슨(중국 짝퉁제품)이든 무선청소기 한대쯤 없는 집이 없고, 갤럭시 버즈나 아이폰 에어팟 같은 무선이어폰도 이미 젊은이들의 필수품목이 됐다.

TV에서 선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미국 유력 경제매체인 포브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V에 적용할 수 있는 '무선 전력시스템(wireless power system)'에 관한 기술특허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신청했다고 한다. 이는 TV 근처에 막대 형태의 전력 송수신시스템을 두면 자동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방식으로,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TV 뒷면에 어지럽게 얽혀 있던 전기플러그와 전선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사실 무선 전력 전송에 대한 연구는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전기자동차의 이름이 된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선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는 실험을 여러차례 했으나 실패했다. 스마트폰을 충전패드에 올려놓고 전력을 전송하는 시스템이나 금속냄비를 올려놓으면 가열되는 인덕션 레인지 같은 것들이 초보적 단계의 전력 무선전송 기술이다.
포브스는 "올해 당장 '전선 없는 TV'를 만날 순 없겠지만 TV를 전기선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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