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를 만나다(下)]"북한에선 모든 것이 수익모델… 美 칼라일도 대북투자 관심"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1 17:41

수정 2019.03.11 17:41

北 자원과 南 자본 합쳐지면 中 마주한 8천만 국가로 거듭나
일본은 그런 한국과 경쟁할 수 없어..북미회담 결렬은 미국의 실수
韓 10∼20년간 경제 힘 더 커져..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라될 것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비랜드 인터레스트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7일 경기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서울에서 파이낸셜뉴스 김홍재 금융부장(왼쪽 가운데), 기자들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북 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한국의 자본이 합쳐지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인구 8000만명의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비랜드 인터레스트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7일 경기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서울에서 파이낸셜뉴스 김홍재 금융부장(왼쪽 가운데), 기자들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북 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한국의 자본이 합쳐지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인구 8000만명의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대담 = 김홍재 금융부장

세계적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비랜드 인터레스트 회장은 "미국 기업으로 칼라일(글로벌 사모투자펀드)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글로벌 신용카드사)도 대북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월 24~25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릴 '제20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로저스 회장은 지난 7일 경기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서울에서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한국의 자본이 합쳐지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인구 8000만명의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향후 10~20년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장 흥미로운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북한에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북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 북한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기회를 뺏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 다시 마주할 것으로 보나.

▲회담 결렬은 사실상 미국이 실수한 것 같다.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 다시 이 같은 진전을 이루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북·미가 마주보기는 하겠지만 이번 회담이 결렬된 낭패로 인해 앞으로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이 마주보고 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회담이 이어질 수 있도록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등 역할을 할지 모르겠다. 내 추측이다.

―일본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는데 이유는.

▲일본은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한다. 한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중국은 성공을 원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북한과 경제개방이 된 한국 또는 통일된 한국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인구절벽, 급증하는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일본은 사업하는 데 고비용이 요구되는 국가다. 반면 한국은 통일이 되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인구 8000만명의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또 한국의 자본력과 관리능력이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잘 훈련되고 교육을 받은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통일된 한국은 일본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일본은 통일된 한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북투자 시 유망한 분야로 관광, 철도, 인프라 꼽았는데 다른 분야가 있다면.

▲대북투자에 유망한 분야는 말 그대로 모든 분야다. 현재 북한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기 공급조차 원활하지 않다. 당신이 잘하는 것이 있다면 북한에선 무엇이든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다만 잘 아는 분야에 머물러라. 내 관점에선 관광분야와 인프라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도 당신처럼 살고 싶어한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다. 이제는 그들을 더 이상 속일 수 없다. 그들도 당신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하고,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바로 북한에선 수익모델이 되는 것이다.

―남북경협에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은.

▲한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경제개발을 위해 '협력'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한숨) 전 세계 어떤 정부도 개발을 잘하지 못한다. 경제개발은 민간이 하는 것이다. 피자집을 운영하든, 옷가게를 열든 말이다. 북한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도 경제교류가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는 것 외에는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도 정부가 민간이 하는 경제활동에 개입하지 않는 모델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성장을 이끄는 것은 사업가들이고, 이들에게 달렸다.

―북한은 중국과 함께 경제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은 이미 북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러시아가 투자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 시점에 한국은 일본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서 하루빨리 대북투자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회를 뺏길 수 있다. 투자를 준비해라.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어떤 차별화전략으로 대북투자에 나서야 하나.

▲한국은 경쟁력이 매우 뛰어난 국가다. 지난 40년간 이 같은 경제성장을 이뤘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잘하고 있다. 대북투자에 있어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국은 이 시점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데다 한국 대기업들도 그룹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미국은 그룹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이 거의 없다. 중국이 먼저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두 번째는 한국이 될 것이다.

―미국 기업 가운데 대북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이 있나.

▲대북투자를 고려 중인 미국 기업은 칼라일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정도로 알고 있다. 나도 한반도의 가치를 보고 투자할 방법을 스스로 찾고 있다. 한국만큼 대북투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미국 기업은 없다. 한국은 창문 밖으로 북한이 보일 정도로 지정학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대북투자에 유리하지 않나. 그러나 미국인은 대부분 한국이 어디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물론 미국도 대북투자에 뛰어들겠지만 당분간은 아니라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한다면 방북의사가 있나.

▲물론이다. 앞서 북한을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초대한다면 당연히 북한에 가고 싶다. 그러나 현재 방북은 불법인 데다 이를 문제로 미국 정부와 다투고 싶지 않다. 다만 북한에 갈 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북한 금강산에 위치한 아난티리조트에 가보고 싶다.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이사를 했다. 한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오해가 있다. 한국이 얼마나 투자하기 좋은 나라인지 비유하고 싶어서 '한국에 이민오고 싶다'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은 향후 10~20년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장 흥미로운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2020년 또는 2021년에 미국, 영국, 호주로 이민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2020년 이후 한국이 더 큰 경제적 힘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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