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첼리스트, 메이저 음반사 본사와 계약한 사례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에 대한 헌정, 데뷔 앨범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에 대한 헌정, 데뷔 앨범
지난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한 첼리스트 문태국(25). 문태국이 첼리스트 장한나(37)에 이어 무려 23년 만에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클래식 본사와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 ‘첼로의 노래’를 선보인다.
지난 2월 1일 세계에서 먼저 발매된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만 오는 3월 22일 ‘문태국&한지호 듀오 리사이틀’ 공연에 맞춰 한 달 늦게 발매된다.
문태국은 12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첼리스트가 워너클래식과 작업한 사례가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제게 기회가 주어져 영광”이라며 “이번 앨범 발매를 통해 아티스트로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에는 타이틀 ‘첼로의 노래’에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카잘스는 첼로의 성자로 통하는 음악가다.
또 레코딩 초창기, 역사상 음반을 발매한 최초의 첼리스트다. 당시 그의 나이 60세였고, 무려 80년 전 녹음된 이 전설적인 레코딩은 지금도 워너클래식 레이블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카잘스는 음악가들에게 전설적인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마치 말하는 듯 하달까. 곡마다 스토리가 있고, 대화를 건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음악적 영감도 많이 받았다.”
카잘스 콩쿠르를 통해 문태국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린 만큼, 카잘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크다.
“카잘스에게 감사하다. 첼리스트로서 그가 남긴 발자취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의 가치관 등에 공감한다.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앨범 제목을 ‘첼로의 노래’로 한 이유도 카잘스에 대한 오마주가 담겼다. 카잘스의 대표곡 중 하나가 바로 ‘새의 노래’다. 그의 조국 카탈루냐의 민요로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 후 자치권을 상실했다). 카잘스는 생전에 항상 앙코르로 이곡을 연주했다. 문태국의 데뷔 앨범 마지막 수록곡도 ‘새들의 노래’다.
문태국은 “첼로를 통해 카잘스를 느끼고, 노래에 담긴 그의 자유와 인류애에 동의하고, 그 뜻에 따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제목 탄생 비화를 들려줬다.
이번 앨범은 카잘스가 생전 즐겨 연주했고, 또 앨범으로 남겨놓은 작품들 중에서 선곡했으며, 특별히 슈베르트의 ‘음악에’와 슈만의 ‘헌정’이 추가됐다. 또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했다.
한지호는 2009년 비엔나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 2011년 슈베르트 국제 음악 콩쿠르 2위와 특별상,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뮌헨 ARD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 우승, 서울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2016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 4위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휩쓸며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떠오르고 있는 신인이다.
한지호(27)는 문태국과의 작업에 대해 "듀오를 하면 서로 희생하는 부분이 있는데,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더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며 "태국씨의 음악성이 인위적이지 않고 매우 자연스러워 즐기면서 리허설을 했고, 성격도 좋아서 스트레스 제로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두 연주자는, 오는 22일 앨범 발매기념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프로그램은 앨범에 수록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문태국)’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제3번 (문태국, 한지호)’ 외에, ‘라벨: 고귀하고 감상적인 왈츠 (한지호)’와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모음곡 (문태국, 한지호)’이 연주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IBK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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