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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무비] '악질경찰', 범죄오락영화 속 세월호…당황에서 여운으로(리뷰)

뉴스1

입력 2019.03.14 10:20

수정 2019.03.14 16:49

'악질경찰' 스틸 컷 © 뉴스1
'악질경찰' 스틸 컷 © 뉴스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은유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나 직접적 묘사를 택했다. 영화 '악질경찰'은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로 인해 죽음 앞에 내몰리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월호 사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인공 중 한 명이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설정을 더해 5년 전 기억을 재소환한다.

13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악질경찰'은 범죄자보다 못한 악질 경찰이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 소녀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영화다.



그야말로 '악질' 경찰인 조필호(이선균 분)는 안산단원경찰서 소속으로 범죄자들의 뒤를 봐주는 댓가로 돈을 받기도 하고, 직접 금고털이 같은 범죄를 사주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스스로를 "경찰이 무서워 경찰이 된 사람"이라고 부르는 그는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져 행동책 기철(정가람 분)과 함께 경찰의 압수 창고를 털기로 한다.

하지만 기철이 들어간 압수창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굉음과 함께 폭발해 버리고 만다. 기철이 죽고 난 후 조필호는 기철의 금고에 있던 자신의 돈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돈을 갖고 간 미나(전소니 분)를 추적한다. 미나가 탄 오토바이가 한 치킨집 것임을 알게 된 조필호는 치킨집 사장으로부터 미나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그의 딸 송지원의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집요한 추적 끝에 미나를 찾아낸 그는 미나의 휴대폰 속에 기철이 보낸 동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나는 그 동영상 때문에 조필호 뿐 아니라 국내 최고 기업인 태성그룹 정이향 회장의 오른팔 권태주(박해준 분)로부터도 쫓기게 된다.

영화는 전형적인 범죄오락영화다. 이정범 감독의 전작인 '아저씨'처럼 결국에는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적당히 잔인하고 폭력적인, 범죄영화의 형식과 미장센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특별한 점은 이 모든 가상의 이야기들이 구체적이고도 특정적인 현실 세계에서 펼쳐지는 점이다.

이 영화는 범죄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안산시 단원구라는 구체적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소녀의 이야기와 유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세월호 이야기가 영화 속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주인공 중 한명의 전사(前史)로 사용돼 인물에 깊은 드라마를 부여한다.

위험한 선택인 것은 맞다. 아직까지 세월호 사건은 유가족과 당사자들, 우리 사회의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세월호를 상업적인 영화에 이용했다'는 프레임에 걸리게 되면 지적받을 사안도 많다. 그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가상의 세계임을 고려하고 시작하기 쉬운 범죄오락영화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현실적인 문제, '세월호의 이야기'는 관람 초반에는 '굳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도 한다.

다행히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영화가 생각할 것들과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니들 같은 것도 어른이라고"라는 절규 속에 우는 소녀, 그런 그의 행복을 바라며 죗값을 치르는 인간다워진 어른, 끝없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권력층의 더러움과 잔인함. 이런 묘사들은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와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가 굳이 세월호라는 직접적 소재를 사용한 것은 세월호를 이용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쪽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가 주는 깊은 여운의 반은 신예 전소니 덕이다. 전소니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훌륭한 완급 조절으로 미나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이고도 가슴 아프게 그려냈다. 오는 20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