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4차 산업혁명 펀드 제동 건 도의회…제주도 스타트업 ‘발끈’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07:13

수정 2019.03.20 07:50

환경도시위, 지방공기업 ‘제주도개발공사’ 출자 상정 보류
문재인 정부 ‘제2 벤처 붐’ 정책과 역행…미래전략 헛바퀴
제주스타트업협회 /사진=fnDB
제주스타트업협회 /사진=fnDB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제주도내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이 최근 제주도의회가 제주 4차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제주도개발공사(사장 오경수)의 출자 계획에 제동을 건데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는 창업부터 성장·회수까지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제2벤처 붐 확산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인 자금조달을 위한 희망의 싹마저 도의회가 없애버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주스타트업협회(협회장 윤형준)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사업에 대한 제주도개발공사의 10억원 출자 안건을 상정 보류한 도의회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 원희룡 지사 “첨단산업 육성 2000억원 펀드 조성” 공약

협회는 “지난해 제주 4차 산업혁명 1호 펀드는 제주테크노파크에서 5억원을 출자함으로써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145억원의 자금을 이끌어낸 바 있다”면서 “특히 조성된 1차 펀드자금은 제주도의 미래 첨단산업 재편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러나 “도의회가 최근 350억 규모의 2차 펀드 조성 위한 제주도개발공사 10억원 출자 동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제주 스타트업의 꿈과 비전 실현의 싹을 자른 것이자, 결국 도의회 스스로가 제주의 미래성장동력 에너지를 없애버린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 도의회 “사모펀드 조성…원금 손실 위험과 부담감 커”

앞서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지난 15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도개발공사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출자 동의안'을 부결했다.
원금 손실 위험과 부담감이 있는 만큼,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펀드 참여 자체가 옳은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상정을 보류했다.

제주도는 관광서비스 산업에 편중된 도내 일자리를 미래형 첨단 산업구조로 다변화하고 혁신 스타트업 발굴 육성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의 공약이자, 도내 기업과 제주 이전기업들에 혜택을 줘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지난해 1호 펀드로 150억원을 조성했고, 올해 350억원 규모의 2호 펀드 출자를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로 운용될 예정인 2호 펀드는 현재 KDB산업은행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100억원과 기업 130억원, 제주테크노파크 5억원, 제주은행 5억원의 출자가 확정된 가운데, 제주도개발공사도 올해와 내년 각 5억원씩 1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지난 15일 열린 제370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
지난 15일 열린 제370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

협회는 그러나 이번에 제주도개발공사 펀드 출자 동의안이 부결되자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펀드 조성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확실성 속에 민간자본도 투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업계 “자금 조달 마중물”…민주당에 항의공문 답변 요구

앞서 협회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에 항의성 공문을 보내 ▷민주당 제주도당은 문재인 정부의 모태펀드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 하는가? ▷제주형 스타트업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가? ▷제주도 경제통상진흥원과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신용보증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기업대출과 보조금 정책이 제주의 미래경제에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 하는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해 스타트업을 위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협회는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스타트업 육성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 2017년 무려 33조원 규모의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일반사모펀드와 지역펀드조성을 장려해 왔다“며 이날 공개 질의와 함께 2022년까지 1조2000억원을 조성하고 있는 ‘서울 미래혁신성장펀드’를 바롯해 인천(스타트업 벤처폴리스 사업), 경기 농식품펀드, 대구·광주 달빛펀드, 대전 특구펀드 등의 타 지자체의 펀드 조성 사례도 제시했다.

협회가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에 공개 질의하고 나선 것은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유독 제주도개발공사의 전략펀드 출자 반대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한편 제주스타트업협회는 제주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17년 7월 창립했다.
제주도만의 특수성을 살린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발굴·육성 기관)·펀드 지원 등 성공 모델 구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사가 ICT디지털노마드·공간외식·생산유통·지식컨설팅·문화예술컨텐츠·여행레저체험·블록체인 7개 분과에 124개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


▶ 경제용어 정리
▷모태펀드 :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
▷사모펀드 :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성장사다리펀드 :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펀드. 정부가 벤처생태계 촉진을 위해 2013년 8월 12일 공식 출범시킨 펀드. 벤처기업 투자를 육성하기 위한 성격의 펀드로 ‘창업→성장→회수’에 이르는 과정의 자금을 각각 공급하며 일명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의 형태를 띤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