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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만들면 뭐하나"..만화가 김성모, 밤토끼 상대 손배소 승소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08:14

수정 2019.03.21 08:14

만화가 김성모씨/사진=김성모 트위터
만화가 김성모씨/사진=김성모 트위터

유명 만화가인 김성모씨(50)가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안성준 부장판사는 김씨가 밤토끼 운영자 허모씨(44)를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포털 등에 9만여편 무단 게재
허씨는 2016년 10월부터 검거 직전인 2018년 5월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밤토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네이버·다음웹툰,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에 올라오는 9만여 편의 작품을 무단으로 긁어와 게시했다.

‘유료 웹툰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7년 12월 기준 밤토끼의 페이지뷰(PV)는 1억3709만건으로 같은 기간 네이버웹툰의 PV(1억2081만건)을 웃돌았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숫자만 무려 116만명에 달했다.

허씨는 밤토끼의 조회 수가 급증하자 사이트에 성인 배너 및 불법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 등을 달았고, 이를 통해 9억5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밤토끼에는 당시 김씨가 연재한 ‘엽색’이라는 편당 400원의 성인 웹툰 20편도 올라왔다. 이에 김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2017년 5월말 허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고, 형사사건의 1심 재판부에 피해자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김씨는 지난해 7월 “피고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극심하다”며 “저작물들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피고의 불법사이트에 게시된다는 사실에 ‘작품을 만들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창작의욕이 감퇴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창작 의욕 감퇴, 정신 고통"
김씨는 “엽색은 성인물로 정상적인 플랫폼이었다면 성인만 볼 수 있도록 ‘성인인증’을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는데, 밤토끼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버젓이 청소년들에게 유출시켰다”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을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3000만원의 배상액과 함께 정신적 위자료 1000만원도 함께 청구했다.

허씨 측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재판부는 변론 없이 김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네이버웹툰·레진코믹스·투믹스 등 웹툰 플랫폼들이 허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총 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한편 허씨는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2년 6월과 암호화폐 리플 31만개 몰수를 선고받았다. 다만 추징금은 1심 5억7000여만 원에서 2심 3억8000여만 원으로 줄었다.


김씨는 럭키짱·대털·강안남자 등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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