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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은 역시 시장의 힘/김도훈 서강대학교 초빙교수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17:46

수정 2019.03.21 17:46

한동안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많은 나라들을 떨게 만들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마침내 종착점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세계경제의 양대 강국이 서로의 수입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불을 놓던 살벌한 분위기가 지속된 지 1년 가까이 되었으니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등한 싸움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백기를 든 모습이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양회에서 중국은 더 이상 제조업 굴기를 주장하지 않았고, 외국인투자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강요하던 외상투자법도 고치기로 하였으며,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하며 결기를 보이던 중국의 모습은 간 곳이 없어졌다.

수출 대상국 순위 1, 2위인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그 영향이 어떨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바심을 보이고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협상 타결의 소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 마디로 세계 최대의 시장과 세계 최대의 공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소득 수준과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세계 모든 곳에서 만든 물건들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최종 시장의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은 자국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의 능력 있는 제조기업들이 들어와서 활동하는 문자 그대로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해 온 나라이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자국을 세계 최대의 안정적인 시장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수준의 시장 노릇을 하도록 이끌어 오던 분위기를 한껏 누리면서 세계 최대의 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자국의 산업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높이면서 이른바 굴기를 시작하였다. 기실 세계 곳곳에 물건을 대어주는 실력 있는 산업들을 가지고 있고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오던 중국으로서는 그럴 만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분위기는 돌변하였다. 미국은 더 이상 시장 노릇에만 머물지 않을 것을 천명하고 자국의 제조업을 지원, 보호하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지켜낼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면서 미국을 시장으로만 여겨오던 국가들에 그 생각을 바꿀 것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과 공장의 싸움을 바라보는 관전자들은 막상막하의 전쟁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시장의 힘이 더 무서웠다. 공장은 시장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아무런 힘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 버렸던 것이다. 시장은 그 공장의 싼 물건을 사는 것을 잠시 멈춘 뒤, 시간이 걸리고 비싸게 치르더라도 자국 내에 공장을 짓겠다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거인들의 싸움의 결과가 시장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산업정책, 통상정책의 기조 전체를 돌아보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작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정부도 제법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소득 수준을 뒷받침해 온 것이 산업의 힘이란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중국과 같은 수준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실 우리나라도 인구와 경제규모 면에서 각각 세계의 0.6~0.7%, 1.6~1.7%인 데 비해 세계무역에서의 비중은 3%가 넘고 우리가 자랑하는 많은 주력산업들이 세계시장의 5%에서 30% 가까이까지 차지하는 산업국가로서의 자부심을 키워왔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장의 역할을 키우고, 세계 전체의 문제 해결에도 동참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어 나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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