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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그 많던 거래는 누가 다 막았을까

[윤중로] 그 많던 거래는 누가 다 막았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출퇴근할 때마다 박완서의 자전적 성장소설이 떠오른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상일동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진 수많은 나무들을 생각하며 '그 많던 나무는 누가 다 베어 갔을까?'라고 혼잣말한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6·25전쟁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에서 주인공은 서울로 전학 오면서 새콤한 싱아를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됐다. 싱아를 먹지 못해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다고 했다. 필자 또한 재건축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퇴근길이 즐겁지 않다. 정들었던 나무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대신 미세먼지가 수시로 출몰해 고통스러울 정도다.

10년 전 고덕지구로 이사왔을 때 아파트 주변은 나무들로 빽빽했다. 한여름에도 지하철역까지 양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숲속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 같았다. 그래서 주변에선 '고덕 아마존'으로 불렸다. 실제 고덕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새 이름은 '고덕숲 아이파크'다.

'고덕 아마존'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설마 저 많은 나무를 그냥 베어버릴까? 출퇴근 때 목격한 것만으로 본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나무가 그냥 베어졌다. 나무 한 그루 옮기는 데 평균 100만원 정도 들지만 옮겨 심더라도 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돈 되는 나무가 아닌 이상 그냥 준다고 해도 가지고 가지 않는다. 그렇게 수많은 나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조금씩 사라졌다.

나무가 있던 자리를 비집고 시커먼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일부 단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고덕주공1~7단지와 고덕시영아파트 등 8개 단지 1만여가구가 있던 자리에 재건축을 통해 2만여가구가 들어선다.

새 아파트 완공이 다가오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있다. 바로 부동산 중개업소다. 이런저런 이유로 문 닫는 식당은 열이면 열 부동산 중개업소로 바뀐다. 전철역 인근 1층 상가는 이미 한 집 걸러 한 집이 중개업소인데 이제 이면도로 상가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오가면서 살펴보면 새롭게 문을 연 부동산 중개업소 중 제대로 일하는 곳은 많지 않다. 간판을 식당에서 부동산으로 바꿨지만 집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 곳도 있고, 사람 없이 불만 켜진 곳도 보인다. 오랫동안 영업해 온 기존 중개업소도 매매는 물론 전세거래도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는데 새롭게 문을 연 곳은 오죽하겠나.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하루 평균 50건 정도다. 지난해 9월 1만2227건으로 하루 평균 400건이 거래됐다. 올 1월에는 1870건, 2월 1587건, 3월 17일 현재 862건으로 8분의 1로 급감했다.
'그 많던 거래는 누가 다 막았을까' 푸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서울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졌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도 힘들어져 급매물이 나와도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풀지 않는 한 거래중단 사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가지 않아 '그 많던 중개업소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라고 혼잣말하는 건 아닌지.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