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쟁과 와인 세계대전 속 프랑스 와인
獨, 명품와인 빼앗기 위한 '총통' ..佛, 되찾아 오기 위한 '특수부대'
해발 1800m 절벽 '독수리 요새' 히틀러가 약탈한 최고급 와인..지하동굴 가득 50만병 숨겨놔
프랑스 전쟁영웅 드골..미군보다 앞서 찾아가
와이너리·레스토랑들도 독일군 눈 피해 와인 지켜내
獨, 명품와인 빼앗기 위한 '총통' ..佛, 되찾아 오기 위한 '특수부대'
해발 1800m 절벽 '독수리 요새' 히틀러가 약탈한 최고급 와인..지하동굴 가득 50만병 숨겨놔
프랑스 전쟁영웅 드골..미군보다 앞서 찾아가
와이너리·레스토랑들도 독일군 눈 피해 와인 지켜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5월 4일, 프랑스 제2기갑사단과 미국의 제101 공수사단이 탱크를 앞세워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 독일의 휴양도시 베르크호프(Berghof)를 향해 전속력으로 진격합니다. 베르크호프는 당시 히틀러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히틀러 정권의 주요 간부가 모여사는 독일 권력의 중심지였습니다. 히틀러와 그의 주요 간부들은 며칠 전 패전을 직감하고 이미 도주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두 나라가 경주라도 하듯이 베르크호프 점령에 나선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히틀러 군대가 프랑스에서 수탈해 간 수십만병의 최고급 와인과 예술품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죠.
전담부대 구성해 수탈 와인 회수
이 와인을 먼저 차지한 건 프랑스입니다.
10여년 전 우리나라에도 방영됐던 톰 행크스 주연,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국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히틀러의 최측근인 헤르만 괴링 원수의 집 지하창고에서 최고급 와인 1만5000병을 발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봐도 드넓은 지하실 벽면을 빈틈없이 꽉 채운 프랑스 명품 와인에 넋을 잃은 한 장교가 "정말 기쁜 날이군"이라고 말하며 와인을 꺼내드는 모습은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1만5000병의 와인이 그 정도 규모인데 히틀러의 독수리 요새 지하동굴에는 지금 기준으로 한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보르도와 부르고뉴 등지에서 가져온 명품 와인 50만병이 꽉 차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가 연합군을 지휘하는 미군과의 전승 경쟁에서 연이은 성과를 거둔 것은 당시 프랑스의 전쟁영웅 드골을 비롯한 프랑스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드골은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독일이 곳곳에 숨겨놓은 프랑스 고급와인을 찾아오기 위해 특수부대를 구성했습니다. 그 특수부대는 베르크호프에 이어 독수리 요새에 잠입해 와인을 숨겨놓은 곳을 찾아내 프랑스 군이 미군에 앞서 히틀러의 와인 약 50만병을 회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939년 9월1일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와 자유주의 수호의 이념이 충돌한 전쟁이지만 그 수많은 전투의 이면에서는 프랑스 명품 와인을 둘러싸고 벌인 와인전쟁도 많았습니다. 당시 와인전쟁은 적군도,아군도 없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는 그들의 나라는 빼앗겼지만 그들의 자존심인 와인을 잃지 않기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계속 했습니다.
1939년 9월1일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독일의 히틀러가 마침내 폴란드 국경을 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죠. 전쟁이 코앞에 닥친 프랑스는 군인들까지 동원해 서둘러 포도 수확을 마칩니다. 해가 바뀌자 독일의 기갑부대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파리로 들어자마자 곧바로 프랑스 와인 수탈에 나섭니다. 앞서 프랑스의 와인생산자들은 이를 예상해 지하 깊숙한 와인저장고나 자신들의 저택에 또 다른 벽을 쌓아 소중한 와인을 숨긴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독일의 와인수입상들로 구성된 '와인 총통' 조직까지 만들어 약탈에 나섭니다.
레스토랑들도 처절한 와인지키기
파리의 센 강 근처에서 1582년에 문을 열어 무려 4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급 레스토랑 '라 뚜르 다르장(La Tour d'Argent)'의 와인 지키기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 레스토랑은 지하에 보관돼 있던 명품 와인을 지키기 위해 저장고 한켠에 벽을 쌓아 밀봉한 뒤 특급 와인 2만병을 숨기고 나머지 8만병만 노출되게 만들어 가까스로 고급와인들을 지켰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음식도 맛있지만 보유한 와인들이 워낙 많아 그 당시에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독일군 고위 장교들이 수시로 찾았는데 무조건 최고급 와인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어 가장 싼 와인을 줘도 좋은 와인이라고 감탄하면서 마셨다고 합니다. 당시 라 뚜르 다르장의 테라이 사장은 독일군 장교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정보가 되는 중요한 내용을 수시로 연합군에 전달해 전쟁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도 합니다.
라 뚜르 다르장은 2009년 12월7일에 또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수백년간 보유해 온 와인 45만병 중 1만8000여병을 경매로 부친겁니다.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는데 이틀간 진행된 경매에서 1788년산 코냑인 '끌로 뒤 그리피에(Close du Griffier)'는 3병이 1억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한 해 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거치면서 숙성된 코냑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자 프랑스의 1등급 와인 샤또 무통 로췰드는 승전의 기쁨을 표현한 'V'를 형상화 해 와인 라벨에 담았습니다. 샤또 무똥 로췰드의 와인 라벨에 해마다 유명화가의 그림이 그려지게 된 배경입니다.
김관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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