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사이' 한 개인이 켞는 불완전성을 춤으로 표현
LDP 제19회 정기공연, 4월 5~7일 대학로예술극장
LDP 제19회 정기공연, 4월 5~7일 대학로예술극장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새로운 시간의 축’을 선봬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LDP무용단이 ‘LDP 제19회 정기공연’을 오는 4월 5일~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한다. 내년 20주년을 앞둔 LDP무용단은 현대무용계의 블루칩으로 많은 스타 무용수를 배출해왔다.
이번 공연은 LDP 2대 대표 출신인 정지윤(48) 안무가와 2018 한국무용협회 젊은안무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나라(30)의 신작이 격돌한다. 윤나라는 엠넷 ‘댄싱9 시즌2’ 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스타 무용수다.
정지윤은 무용가뿐만 아니라 안무가, 기획자, 연출자로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중견 안무가다.
2007년 세계적인 무용마켓 탄츠메세에 ‘마지막 장면’을 공연했고, 2013년 독일의 세계적인 미디어 맵핑 그룹 ‘Urban Screen’과 함께 360도 회전하는 사각의 공간에서 무용을 선보이는 한독합작프로젝트 댄스미디어 파사드 ‘IN Ne-mo’을 연출했다.
같은 해 기획·제작한 무용영화 ‘춤추는 여자’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2016에서 안무가로서는 최초로 국내외 미술 작가들과 함께 14기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됐다.
2018년 전미숙무용단의 ‘Talk to Igor - 결혼, 그에게 말하다’로 오랜만에 댄서로 활동했으며, 2019 제19회 LDP 정기공연으로 역시 오랜만에 안무가로서 공식 활동한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정지윤 안무가에 대해 “마치 들판을 휘젓는 야생마 같다”고 평했다.
이번 신작 ‘사이 (間)’에서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뭔가를 완성해가려는 과정들, 그 ‘사이’ 순간들의 합이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댄서·안무가·기획자·제작자·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겪은 많은 변곡점에서 모아진 ‘불완전성’이라는 키워드가 작품 주제와 움직임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다음은 정지윤 안무가와 나눈 서면 인터뷰.
―LDP 초창기인 2001년 2대 대표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15년 만에 LDP와 다시 작업하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LDP 창단 초기에는 기획, 홍보, 의전 등 여러 업무를 혼자서 하느라 동분서주했다. 대표라는 직분이 처음이라 헤맸고,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컸다. 동시에 저도, 무용단도 시작 단계였던 만큼 미숙했지만 풋풋했다. 어느덧 19년이 지나 저는 나이를 먹었고 그들은 여전히 젊다. 단원들의 나이 때문인 것 같다. (웃음) 그간 LDP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고 내부의 결속과 내용들이 탄탄해졌다. 이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단체로 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엄청 멋진 청년으로 자란 동생을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랄까? 무척 설레고 괜히 뿌듯하고 행복한 요즘이다.
―무용계뿐만 아니라 무용을 매개로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다. 영아티스트 발굴부터 대중가수 콘서트, 뮤지컬 안무, 무용영화 기획 및 제작에도 도전했다.
△장르를 넘나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무용이 좋았고 무용 속에 있다 보니 새로운 길이 열렸고 열린 길을 계속 따라갔을 뿐이다. 당시 젊은 안무가로서 사회 안에서 무용의 역할이라든지 무용의 전방위적인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또 동시대 아티스트의 전문화와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때 느꼈던 것을 기획하거나 제작했다. 이 멋진 장르를 어떻게 하면 깊이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비전공자들에게 보여줄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순간이 제게 좋은 자양분이 됐다.
―이번 신작 ‘사이’는 한 개인이 겪는 불완전성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이사를 60번이나 했다고 들었다. 남다른 경험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깨달은 인생 철학이나 신조가 있나?
△개인적으로 계속 부유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딘가에 속하고 정착하길 끊임없이 열망했지만 어느 순간 제가 그러지 못한 속성을 지녔음을 인식하게 됐다. 한편으론 성공한 사람들의 숨겨진 딜레마를 보게 됐고, 성공은 했지만 무너지는 사람들 그리고 저 역시 긴 슬럼프를 겪으면서 생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 긴 과정이야말로 삶을 이루는 진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흔들리고 미흡해도 그 시간들이 쌓여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인간은 결국 개인과 사회적 딜레마를 동반하는 미완의 존재이고, 모든 삶은 불완전의 완성이니, 지금의 현실을 잘 버텨내고자 하는 의지와 가치를 발견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것이 지금 제 나름의 생각이다.
―현대무용의 매력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싶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현대무용의 매력을 꼽는다면?
△춤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를 들여다 볼수 있는 통로이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 같다. 안무가인 제게춤은 제 삶을 투영하는 가장 좋은 그릇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 그릇이 있다면 각기 그 형태와 크기, 질감이 다를 것이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그릇들이 각자 삶의 방식과 지난 이야기들을 몸성을 통해 표출하는 것이 현대 무용이 아닐까. 그 표현 방식이 너무나 다양할 수 있어서 비전공자들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장르다. 왜냐하면 전공자들조차도 기술적인 춤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고 동시에 늘 새로운 표현법을 찾는다. 이 때문에 자신의 철학과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 방식을 찾는다면 누구에게나 의미 있고 재미있는 분야가 될 수 있다. 현대무용이 대중화되면 비전공자들로 인해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 같다.
―몸과 몸의 대화라는 점도 멋진 거 같다.
△춤의 매력이 또 ‘접촉한다’는 점이다. 일전에 ‘프리 허그 운동’이 유행했는데, 사람의 체온과 행위, 그 몇 초간의 접촉만으로도 마음의 울림, 감동, 위로를 주고받았다. 손만 잡고 있는 행위예술만으로도 우는 사람이 있다. ‘몸’이라는 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상대방이 나를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 아닌지 느낄 수 있다. 감정, 생각, 표현, 의사소통 등이 몸과 몸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굉장한 매력이다. 아이가 엄마를 안는 행위, 쓰다듬는 행위, 아이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는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회는 점점 파편화되고 가족도 해체돼 가는데, 이런 시대에 ‘춤’이 사람과 사람을 어떤 목적 없이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로써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다면?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작품에는 균형잡기, 부딪히고 부서지기와 같은 장면들이 많다. 장면구성에 있어서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처럼 쉴 새 없이 흘러가며 파편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건 제 작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관객들 중 아마 많은 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지금 나는 잘 가고 있는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저는 균형을 잡기위한 불균형의 상태라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부딪히고 깨져도 그것이 나쁜 일인 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모두가 다 저렇게 흔들리고 나도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조금 흔들려도, 덜 완성시켜도, 덜 안정감을 느껴도, 이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서 우리의 삶을 이루기 때문에 이 과정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찾아내도록 할 것이니, 잘 버티자. 관객들이 이렇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학교 후배인 윤나라와 같은 무대에 서는데, 부담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것 같다. 또 후배 윤나라에 대한 생각은?
△윤나라 안무가는 굉장히 솔직하다. 허영, 과함, 과장이 별로 없다. 평소 자신의 작업에 대해 명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윤나라 안무가가 딱 그렇다. 자신의 지점을 정확히 알고, 또 잘 알고자 한다. 객관적으로도 안무가로서 상을 받은 바가 있고, 이러한 객관적 인정은 안무가로서 좀 더 심도 있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게 한다. 또 아주 성실한 것으로 안다. 재능을 어떤 파급력을 갖게 키워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윤나라는 매순간 그것들을 아주 충실하게 해왔다. 굉장히 기대되는 안무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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