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급 레스토랑까지 '현금결제 할인' 유도..."탈세 비일비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6 12:59

수정 2019.03.26 12:59

소규모 자영업 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 전문직 '탈세' 온상
현금 유도 직원에게 인센티브까지
"성숙한 납세의식 가져야"
천모씨(30)가 압구정 한 레스토랑에서 계좌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 받았다./사진=독자 제공
천모씨(30)가 압구정 한 레스토랑에서 계좌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 받았다./사진=독자 제공

#. 직장인 천모씨(30)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천씨가 파스타 2그릇과 샐러드를 주문하고 나온 금액은 11만원. 그가 테이블에서 결제를 요청하자 종업원은 그에게 나즈막히 '현금 결제'를 제안했다. 계좌 결제를 할 경우 10%인 만원을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종업원은 그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까지 건넸다.

소규모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 전문직까지 불법 현금거래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현금결제를 할 경우 할인을 해주기도 하며 현금결제를 유도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업체 및 가게 사장들은 높은 '카드 수수료'를 꼽고 있다.

■현금 결제 유도시 인센티브 제공
26일 여신금융업전문법에 따르면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에 차등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결제를 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헬스클럽에서는 1년 회원권을 '현금 완납'할 경우에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헬스클럽에서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불가능하다.

현금결제를 유도한 직원에게 일종의 '인센티브'가 부여되기도 했다. 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강모씨(35)는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건당 소정의 금액을 받았다"며 "현금 결제에 너그러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넌지시 제안한다"고 털어놨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의 꼼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위반으로 전문직에 부과된 과태료는 2017년 6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2억2200만원에 비하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세청으로의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 건수도 2012년 2501건에서 2017년 8180건으로 6년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카드 수수료 높아 어쩔 수 없어"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 사업자는 거래 건당 10만원 이상인 현금 거래에 대해 소비자 요구가 없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며,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영수 금액(부가가치세 포함)의 5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또 국세청은 카드결제 거부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에 경고조치를 내리고 결제 거부 금액의 5%를 가산세로 부과한다. 같은 업체가 2회 이상 적발되면 가산세 5%에 과태료 20%를 추가 부과한다.

가게 및 가게 사장들도 할 말이 많다. 카드 수수료 등이 높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현재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약 2% 정도로 추산된다. 강서구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카드 수수료가 인하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결제로 가격을 할인 받고, 사업자는 부가세와 소득세까지 깎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다"며 "결국 소비자들의 성숙한 납세의식이 선행돼야 탈세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