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러시아 스캔들'과 멕시코 국경장벽 위기에서 한 숨 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머지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오바마케어(ACA·적정부담보험법)' 폐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손을 걷어붙였다. 이에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의식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보를 걷는다며 지난해 선거 패배의 교훈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은 곧 건겅보험 정당으로 알려지게 될 거다. 지켜봐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오바마케어는 시작부터 진통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하지 않는 국민에게 벌금을 매기되 국가에서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보조하는 것이었다. 시장경제를 중요시하는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벌금을 매기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한 오바마케어는 구조적으로 정부가 보험사의 수입을 보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험 수요가 많아질수록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가입자의 실제 납부비용도 계속 올라간다는 맹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부터 오바마케어 폐지를 국경장벽 건설과 더불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2017년 세제개혁을 통해 미가입 벌금을 사실상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오바마케어에 눈을 돌린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른 근심거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이달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결탁 혐의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결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26일 민주당은 하원에서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결의안을 표결 부쳤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의회는 지난달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다른 정부 예산을 끌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민주당 측은 앞으로도 대통령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 전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헨리카이저 가족재단이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0%는 오바마케어를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반대한다는 입장은 39%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난해 하원 선거에서도 오바마케어 폐지를 밀어붙이다 중산층의 표를 크게 잃었다. 제시 퍼거슨 민주당 정치전략가는 USA투데이를 통해 "공화당은 지난해 자해적인 건강보험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고 생각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을 통해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면서 미봉책을 뜯어버렸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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