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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이사람]① 배세영 작가 "'극한직업'으로 수원시 감사패·유행어까지…놀라워"

뉴스1

입력 2019.03.29 11:01

수정 2019.03.29 16:57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모델들이 수원왕갈비통닭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수원왕갈비통닭은 바삭하게 튀긴 통닭에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모델들이 수원왕갈비통닭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수원왕갈비통닭은 바삭하게 튀긴 통닭에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 News1 신웅수 기자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직접 창작한 슬픈 사연으로 종종 친구들을 울리고는 했던 엉뚱한 소녀는 자라 1600만 관객을 웃긴 '천만 영화'를 썼다. 영화가 흥행한 후에 수원왕갈비통닭을 먹으러 다녀왔다는 배세영 작가는 "어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유쾌하게 웃었다. '코미디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라면 아마 이럴 것이다' 싶은 캐릭터였다.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반짝이는 눈에는 밝은 에너지가 충만했다.

배세영 작가는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로 데뷔해 '킹콩을 들다' '적과의 동침' '우리는 형제입니다' '바람바람바람' 등 영화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다.

특히 지난해에는 '완벽한 타인', 올해는 '극한직업', 두 편의 코미디 영화가 흥행하는 데 일조했다. 500만명 이상을 모은 '완벽한 타인'은 오랜만에 흥행한 코미디 영화였고, 1600만명 이상을 동원, '국제시장'을 제치고 역대 흥행 2위 영화에 오른 '극한직업'은 '7번방의 선물'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다.

시나리오 작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직업이다. 한 작품의 토대를 만들지만, 최종 작품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뜻대로 시나리오가 바뀌어도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 드라마가 작가의 예술이라면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이 연달아 흥행한 후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는 배 작가에게 향했다. 이재규 감독과 이병헌 감독은 배 작가의 유쾌한 시나리오를 좋아했고, 존중했다. 인터뷰 때도 종종 배 작가의 이름을 언급할 정도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 우먼'이기도 한 배세영 작가는 벌써 한달째 오피스텔에 나와 시나리오를 쓰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에만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고 있다고. 쓰고 있는 작품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귀여운 어린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여느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미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쓰던 작품들을 마무리 한 후 하반기에는 드라마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자신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포부가 믿음직스러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을 넘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등극한 영화가 됐다. 영화가 성공하고 나서 변한 것들이 있나.

▶최근에 오피스텔을 얻어서 나왔다. '극한직업' 쓸 때만 해도 이름만 호텔인 모텔에서 가난하게 글을 썼다. 영화가 잘 된다고 작가한테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정해진 고료만 받는다. 다만 영화가 잘 되니 의뢰가 많이 들어왔고, 혼자 작업하기가 어려워서 아이템이나 자료를 찾아줄 보조 작가들이 필요했다. 그들과 모텔 같은 데 같이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장소를 구했다.

-그렇게 구한 오피스텔이 수원에 있다고 들었다.

▶맞다. 수원이다. 집이 죽전인데 사무실은 집이랑 (사무실이)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멀어도 안 되는 그 정도에 위치하는 게 좋다. 가까우면 집에 자꾸 가고 싶고 너무 멀면 절대 안 가고 싶기 때문이다. 15분 정도 차로 갈 수 있는 거리로 사무실을 구했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수원시에서 감사패도 받았더라.


▶어쩜 이런 일이 벌어질까?(웃음) '완벽한 타인'은 속초 시장님이 초대해 줬다. 돌이켜보면 작품에 이상하게 지역과 관련한 내용을 넣게 되더라. 예를 들면 아무도 모르셨겠지만 '우린 형제입니다'는 여수가 중심이었다. '킹콩을 들다'는 순천이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은 잘 되면서 지역의 홍보 효과가 있었다. 시장님 말씀에 의하면 백날 하는 이벤트, 홍보보다 영화 한 편이 나와서 얻은 경제적 효과가 크시다더라. 그래서 감사패를 주셨다.

-수원왕갈비 통닭 메뉴가 다시 생기고, 수원의 통닭거리가 다시 살아났다고 하더라.

▶수원왕갈비 통닭은 비슷한 메뉴가 예전에 있었나 보더라. 저희가 쓸 때는 없어졌다가 영화를 내면서 다시 한번 나온 것 같더라.


-영화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게 됐다. 어땠나.


▶일단 이게 치킨이라서 더 큰 것도 같다. 치킨은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이니까. 독특한 양념의 치킨이 나오니까 먹고싶다는 걸 자극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한다. 어려운 경제에 소상공인에게 희망을 드리고 즐거움을 드린 점에서 뿌듯하고 기쁘더라. 나도 작가 아닌 척 하고 몰래 가서 먹었다.

-사인이라도 남겨놓고 오지 그랬나.

▶그러고 싶은데 그런 걸 원래 옆에 있는 사람이 재치껏 '여기 작가님 있어요' 해야한다.(웃음) 오히려 알아볼까봐 부끄러워하면서 뛰어나가고 했다.

-'극한직업'뿐만이 아니다. 직전 작품인 '완벽한 타인' 굉장히 잘 됐다.

▶이건 무슨 운이 작용한 건지 모르겠다. '완벽한 타인'이 나왔을 때 어두운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시기였고, 생각을 많이 해야하고, 진지한 영화들이 많이 있을 때였다. 그때 '완벽한 타인'이라는 공간이 마련되고 재밌기도하고, 폭소가 터지는 영화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관객들의 마음에서 '아 재밌는 영화도 있었지' 하는 내면에 잠재된 게 깨어난 게 아닐까. 한동안 어둡고 진지한 것만 봤는데 재밌는 게 있잖아 하는 차에 '극한직업'이 그걸 완벽하게 해소시키면서 천만까지 터져버린 게 아닌가 싶다.

-천만 소감을 넘어 이제는 1600만 소감을 밝혀야 한다.

▶ 이게 말이 되나. 두개로 나눈다고 해도 대단한 것 같은데. 기쁜 것도 어느 정도 실감이 돼야 기쁜 건데, 천만이 넘어가는 순간이 되니 그때부터는 사람이 오히려 무덤덤해지는 현상이 벌어지더라. 믿어지지 않는다. 수치가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아니까 와닿지 않는다. 너무 기쁘다. 한국 영화 2위에 오르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에.

-'극한직업'은 처음에 문충일 작가의 초고에 배세영 작가와 허다중 작가가 새로운 뼈대를 만들어 썼다고 들었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

▶콘텐츠 진흥원에서 신인 작가 지원하는 사업에 문충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냈고, 당선이 됐고, 당선된 것을 CJ엔터테인먼트가 초고를 픽업했고, 그런 다음에 CJ에서 새로운 제작사 찾았다. 그 제작사를 통해 새롭게 각색할 나를 뽑은 거고, 그때 나는 허다중 작가와 일하고 있을 때여서 둘이 같이하게 됐다.

-이병헌 감독은 마지막 각색을 하기도 했다. 감독과 코드는 잘 맞았던 것 같나.

▶이병헌 감독은 너무나 겸손하다. 감독님하고 나하고 코드가 비슷하다. 비슷한 유머 코드가 있는 것 같다. 100% 맞아떨어지는 건 아닌데 80% 정도가 맞는다. 웬만한 감독은 써놓은 대사에 손을 많이 댄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은 내가 써놓은 대사들이 맞았나 보더라. 거의 손을 안 댔더라.

-영화 보고 그 케미스트리를 확인하게 된 건가.


▶그렇다. 예를 들면 있는 대사를 다 살려주시고, 마지막에 한마디 더 넣어주신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류승룡이 '남편이다'라고 하면 '아까는 저쪽이 남편이라지 않았냐'고 하고 다시 '전 남편이다'라고 하는 데까지는 내가 썼는데 그 밑에 '오~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치는 대사는 감독님이 넣었다. 그렇게 둘이 케미스트리 있게 완성을 한 것 같다.

-영화를 쓰는 과정에서는 이병헌 감독과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나.

▶작가가 마무리를 끝내 놓으면 감독님한테 넘어간다. 작가랑 감독님이 프로젝트로 모여서 쓰는 게 아니고는 잘 만날 일이 없다. 이병헌 감독님도 고사 때 한 번, VIP시사회 때 한 번밖에 못 뵀다. 서로 데면데면 '부끄부끄' 한다.

-이병헌 감독과 만나서 같이 썼으면 더 재밌는 결과물이 나왔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싸웠을 수도 있다. 이 대사가 재밌네 더 재밌네 하면서. 감독한테 넘어가는 순간, 감독님의 예술이니 감독님께서 고치는 것에 대해 토를 안 달고 인정해주는데 만약 같은 작가로 앉으면 그때부터 싸움이 생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되면 감독님과 같이 하고 싶다.

-허다중 작가와는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첫번째 신부터 노트북을 각자 놓고 서로의 말을 '턴다'. 첫번째 신은 경찰서 하고 시작해서 대충 아무 말이나 치면서 트리트먼트를 20신까지 만든 다음에 나눈다. '이거 내가 쓰고, 이거 네가 써' 하면서 정확하게 분배한다. 그게 어떤 식이었냐면 어찌 됐든 이 시나리오는 저한테 들어온 시나리오라서 주된 메인 라인을 내가 잡는다, 형사 쪽을 맡았다. 허다중 작가가 악당 쪽 이무배 쪽 잡고 작업을 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쓰다 이 친구가 쓴면 캐릭터가 흔들린다.

다중이는 늘 빨리 쓰는 친구다. 영리하고, 저는 느리고, 다중이는 '안녕 난 퇴근한다' 하고 간다. 나는 혼자 남는다. 그래서 마무리를 지어놓은 다음에 맨 마지막에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각색을 해요, 대사 톤도 맞추고 길이도 맞추고 해서 최종 마무리를 한다.

-영화에 유행어가 많았다. 광고에도 많이 쓰더라.

▶(광고에 쓰인 것을)보고 빵 터졌다.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저 말을 그런 의도로 잡아낸 게 아닌데 이걸 메인 카피로 잡고 뽑아낸 홍보팀이 어마어마하다, 내가 쓰면서 이 대사가 빵 터질 거야, 어마어마한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 대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놀랐다.

-특히 류승룡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것은 치킨인가 갈비인가'를 외치는 대사가 크게 웃음을 줬다. 어떻게 쓴 건가.


▶결론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코미디가 그런 코미디다. 슬랩스틱이나 웃긴 행동보다,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 한마디 툭 튀어나오고, 그런 설정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까 진지하게 형사들을 혼내고 있는 가운데, '고반장이 치킨집이나 해' 차라리 화를 낸다. '우리는 형사지 치킨 파는 사람이 아니야.' 가장 치킨집 주인 같은 행동에 코미디가 있다. 후에 고반장이 한 번 더 이 대사를 서장 앞에서 한다. 뒤에서 빵 터진다. 서장과의 대화신 대사를 쓸 때 다중이가 갖다 쓴 거다. 여기 갖다 쓸게, 해서.

-허다중 작가와는 언제 만났나.

▶허다중 작가와는 'SNL 코리아'에서 만났다. 그 친구가 글을 잘 쓰는 것 같고, 스토리 위주 이야기 쓰고 싶어해서 영화 쪽으로 끌고 왔다. 장진 감독님 밑에서 일하다가 각자 독립해 나와있는 상황이다. 내가 빠른 시일 내 몇 가지 작업을 마쳐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서브 라인' 좀 도와달라고, 같이 일을 하자고 했었다. 그것을 하는 가운데 '극한직업' 제작사 대표님이 연락이 왔고,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많은 분량이 아니니 조금만 해달라고 했고, 거절하기도 미안하고 둘이 같이 해볼까 싶었다. 다중이 서브를 하고 내가 메인을 잡으면 될 것 같았다.

-서로 경력 차는 어느 정도 되나.


▶ 친구(동기)다. 차라리 후배였으면 싸울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하겠다는 데 뭐' 하면서. 친구라서 더 충돌이 있었을 때 고민되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후배 작가였으면 조심스러워서 저에게 나쁜 걸 나쁘다고 말 못 하고 할 수 있다. 그런 것 없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 많이 하면서 할 수 있어 좋았다.


-늘 같이 하나.


▶늘 같이 하는 건 아니다. 프로젝트 몇개를 같이 했다.
세개의 프로젝트 정도다.

<[N이사람]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