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끌이끌] 횡단보도 위 ‘무법자’ 오토바이...“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윤아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30 07:59

수정 2019.03.30 07:59

시민 “인도·횡단보도 위 오토바이 막아달라”
배달원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 있다”

오토바이 사고(CG) [제작 이태호] /사진=연합뉴스
오토바이 사고(CG) [제작 이태호]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횡단보도 및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단속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오토바이는 인도·횡단보도를 주행할 수 없으며, 위반 시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횡단보도 위 통행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교통사고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이륜차·보행자 간 사고의 50% 이상은 ‘횡단 중’에 발생했으며 그 수치 역시 2015년 1274건, 2016년 1490건, 2017년 1612건으로 증가했다.

▲영등포구·중구의 한 거리, 인도·횡단보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fnDB
▲영등포구·중구의 한 거리, 인도·횡단보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fnDB

■ 시민들 “오토바이 통행, 단속 강화해달라”
시민들은 오토바이 주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한편, 단속을 보다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2018년 ‘트렌드모니터’가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륜자동차 관련 전반적인 인식을 평가한 결과, 응답자의 74.8%가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이륜자동차를 꼽았다. 또 그들 중 79%는 인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자동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구에 거주 중인 김모(25·남)씨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데 옆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 정말 놀랐다”며 “조금만 옆으로 갔어도 치였을 것이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특히 밤에는 더 심각하다. 오토바이 3~4대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모(33·여)씨 역시 “사람이 오토바이를 피해야 될 지경이다”며 “엄연한 불법인데 인도는 물론 횡단보도까지 건너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성모(28·남)씨는 “명함형 전단지를 뿌리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인도 위를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면서 “얼굴 앞으로 날아오는 명함은 정말 위협적이다”고 전했다.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오토바이가 빨간불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지나가 아이가 다칠 뻔했다”, “배달용 오토바이 인도, 횡단보도 다시지 못하게 해달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배달 종사자 “한 건이라도 더 하려면”
배달 종사자들은 호출 건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탓에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퀵 서비스, 음식 배달 종사자 10명의 평균 노동시간 및 배달 건수를 조사한 결과,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에 달했다. 또, 퀵 서비스의 경우 하루 평균 15건, 음식 배달 서비스는 하루 평균 45건이었다. 특히 주말 음식배달 건수는 최대 70건으로 평일에 비해 약 1.5배 이상 많았다.

▲영등포구의 한 도로, 이륜차 법규위반 집중 단속한다는 플랜카드 / 사진=fnDB
▲영등포구의 한 도로, 이륜차 법규위반 집중 단속한다는 플랜카드 / 사진=fnDB

10년째 퀵 배달을 하고 있는 최모(60·남)씨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배달해야 하는 경쟁에 놓여있다”며 “건당 받을 수 있는 요금이 싸다 보니까 일거리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횡단보도와 인도를 주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식배달 종사자 박모(30·남)씨 역시 “하루 평균 40건의 배달을 하고 한 건당 대략 3000원 정도 받는다”며 “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토바이 구입부터 수리비, 기름값, 배달 수수료 등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퀵 배달원 양모(76·남)씨는 “하루 평균 15만원을 벌면 10만원이 남는다”라며 “기름값, 오토바이 수리비, 오일 교체비 등은 모두 우리의 몫이다”고 밝혔다.


오토바이 구입비용만 1000만원이 들었다는 최모씨는 배달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 환경이 만드는 악순환을 지적했다.
최씨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노동에 대한 대가가 비정상적으로 낮고, 그렇다 보니 법규를 위반해 운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며 견해를 밝혔다.

#오토바이 #횡단보도 #배달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