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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대선후보 고민하는 美민주당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9 17:00

수정 2019.03.29 17:00

[월드리포트]대선후보 고민하는 美민주당


내년에 실시될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이 나아갈 노선 방향을 놓고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선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후보들은 과거에 비해 사회주의 성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당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작은 정부'를 표방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대학교 등록금 면제와 노인·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확대 같은 2016년 대선 때 이미 한차례 퇴짜를 맞은 공약들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사회주의 색채는 지난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 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전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러왔다. 최근 야후파이낸스가 민주당에서 출마를 선언한 15명의 성향을 분석한 그래프에서 샌더스는 가장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나왔으며 상원의원들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과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주)가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은 당이 지나치게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 특정 유권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내년 대선에서도 패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이런 걱정을 잠재울 수 있는 민주당 인물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라는 카드가 있다. 아직 공식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중도 성향의 바이든은 최근 폭스뉴스 채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샌더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민주당 후보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든조차도 민주당 내 일부 세력으로부터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그가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쟁 결의안에 지지를 보인 것 등을 문제 삼으며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76세인 바이든이 출마를 한다면 좌성향의 젊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방안이 있지만 진보 진영은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태세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베토 오로크 텍사스주 전 하원의원은 정부가 부담하는 헬스케어 실시를 지지한다고 했다가 메디케어의 전면 확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과거 민주당 정치인들을 후원했으며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이 좌로 치우쳤다며 자신은 무소속 후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정치고향인 델라웨어 주지사를 지낸 잭 마르켈은 극좌의 개념을 모든 것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복지로 단정하면서 민주당이 내년에 지나치게 좌성향으로 기울어진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만 도울 것이라고 말해 현재 당내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1968년과 1972년 대선 때 좌성향 후보를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조사 담당관이었던 딕 모리스는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초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25%만이 사회주의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국민 대부분은 정부가 의료서비스까지 장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백악관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증세와 메디케어 전면 확대 실시는 장기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9% 축소시키고 국민의 소득을 19%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조지메이슨대 연구에서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단일 헬스케어 제도가 실시된다면 첫 10년 동안 32조6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회계연도 미국 연방 예산이 4조4000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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