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는 일은 똑같은데"… 週 52시간 보호 못받는 '운송업 사무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7 10:39

수정 2019.04.07 10:39

설을 앞둔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육상운송업 등 5개 업종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오는 7월 1일 이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 업종으로 유지된다. /사진=연합뉴스
설을 앞둔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육상운송업 등 5개 업종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오는 7월 1일 이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 업종으로 유지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들어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물류업종 등 일부 노동 규정에서 제외된 '특례 업종'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의 업종을 기준으로 특례 여부를 정하면서, 일반적인 사무직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사 간 명문화된 합의와 관련 규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택배업체 사무직도 '52시간 제외'?
7일 노동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는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이외 모든 업종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게 된다.

특례가 유지되는 5개 업종은 합의를 통해 최대 주 12시간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물류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례 대상 업체에 소속된 사무직의 경우에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을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고용직으로 운송 기사를 운용하는 택배 업체의 경우, 사무직 비율이 전체의 60%를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 기준으로 근무시간 특례 적용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펴낸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통해 "여러 업종이 혼재돼 있는 경우라면 '주된 업종'에 따라 (특례)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직무에 관계 없이 소속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특례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면합의를 통해 일부 직무의 노동자만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직무별로 세분화된 근무제 적용은 노사 간 협의에 맡긴 셈이다.

이에 특례 대상 사업장 내에서도 푸념 섞인 불만이 일부 나오고 있다. 물류업체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농담 삼아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52시간 넘었으니 이제 쉬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펴낸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사진=고용노동부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펴낸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사진=고용노동부

■'직무별 노동시간 서면합의 필요"
대부분의 물류업체들은 직무별 노동시간에 대한 별도의 명문화된 협의는 없다고 밝혔다. 대신 노동환경 개선 분위기에 따라 자율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그룹 정책의 일환으로 'PC 오프제' 등을 통해 주 52시간 이내 노동 시간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따로 (노사 간 근무시간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도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맞춰 내부적으로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진행을 하고 있다. 다른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별도의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업체의 자율적인 노동시간 준수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대표는 "노동기준법은 원칙적인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한 제도"라며 "강제성을 띄는 합의가 아닌, '자율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서면합의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도 '자율적 노력' 정도의 권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법률) 해석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류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일부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현장에는 항상 일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직과) 한 몸'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일부 직무를 제외하면 현장과 같이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