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서부터 해가 뜰때까지 연구하는 천문학자들
(충북 단양=뉴스1) 최소망 기자 = "천문학자들이 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방해꾼은 '인공 빛'이예요. 별을 또렷하기 보려고 최대한 주변에 불빛이 없는 산으로 오르게 되죠. 이것이 해발 1400m가 넘는 곳에 소백산천문대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지난 4일 충북 단양군 소백산에서 만난 성언창 소백산천문대장은 깊은 산중에 천문대가 세워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은 벚꽃놀이가 한창일 정도로 따뜻하지만 아직 소백산 자락 곳곳에는 눈이 남아 있었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떨어져 그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차로 약 2시간 달려 단양 죽령휴게소에 도착해서 다시 허가된 차량으로 갈아타고 약 7 km의 좁은 길을 굽이굽이 가야만 소백산천문대에 닿을 수 있다.
소백산 천문대는 한국 현대천문학의 시초다.
1974년도에 설치된 이 반사망원경은 40여년간 소백산에서 국내 천문관측의 기둥 역할을 해왔고 현재도 해마다 약 5~6편의 논문을 낼 정도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망원경으로는 별들의 광도곡선을 해석해 온도·질량 등 물리적 인자를 도출하는 것은 물론 '2K CCD 카메라'를 연결해 혜성이나 초신성과 같은 신천체의 측광을 관측하고 영상도 찍을 수 있다.
성언창 대장은 "천문학자들은 이 망원경으로 데이터를 얻어 컴퓨터로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연구 결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빼곡하게 관측일지에 적었다. 관측일지는 소백산천문대 준공식이 있었던 1978년도부터 시작됐다. 관측일지가 시작된 1978년 12월17일자에는 '오늘부터 관측일지를 적는다'라는 기록이 적혀 있다.
지금은 디지털화 돼 컴퓨터로 작성되고 있지만 천문학자들에게 이러한 관측일지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손때 묻는 연구일지가 모아져 있는 곳에서 1978년 당시 서울대생이던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이 직접 쓴 연구일지도 볼 수 있었다. 이 원장은 "학생때 소백산천문대에서 자주 와 연구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소백산천문대도 별을 또렷히 관측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140일 정도뿐이다. 이 외에는 기상문제로 관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은 구름이 없고 그믐날로 달 보이지 않아 오히려 더 많은 별들을 또렷히 관측할 수 있었다. 만약 달이 밝은 날이라면 별들이 비교적 밝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날 소백산천문대 야외에서는 150mm 쌍안경과 150mm 굴절망원경으로 시리우스, 오리온 자리, 오리온 대성운, 화성, 플레이아데스 성단(M45), 북두칠성, 쌍둥이 자리 등 여러 별들을 관측할 수 있었다.
밤하늘을 관측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천문학자들은 일반 사람들과 생활패턴이 많이 다르다. 이들은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 해가 지는 시간부터 연구를 시작해 해가 뜨는 시간인 다음날까지 별을 관측하고 분석한다. 이곳에서는 10명 내외의 천문학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곳에 천문대가 있다보니 한 번 시내로 나가기도 쉽지않다.
그럼에도 이곳의 연구진들은 천문학자의 삶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성언창 대장은 "밤하늘의 별을 나홀로 바라볼 때면 '별·망원경·나' 이렇게 일직선으로 서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면서 "깜깜한 밤하늘을 보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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