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서울서 열리는 ‘대륙철도의 UN총회’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9 17:24

수정 2019.04.09 17:24

[특별기고]서울서 열리는 ‘대륙철도의 UN총회’

철도는 유라시아대륙을 관통하는 대동맥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개통된 지 100년이 넘었다. 한반도에도 1906년 경의선이 완공된 이후 부산과 신의주를 오가는 급행열차가 운행됐고, 압록강철교를 건너 중국 창춘까지 직통으로 연결됐다. 이렇게 대륙과 함께 호흡하던 한반도였지만 남북 분단으로 우리는 마치 섬나라와 같은 70년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한국은 2018년 6월 '대륙철도의 유엔총회'라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다시 유라시아대륙과 연결될 꿈을 꾸고 있다. OSJD는 유럽과 아시아 간 철도 운행을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로 북한, 중국, 러시아 등 2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적으로 철도는 유라시아대륙의 지정학적 패권 다툼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만주를 가로지르는 동청철도를 소유한 러시아, 러일전쟁 승전 후 창춘~다롄 노선을 인수한 일본, 만주에 개입하려는 미국까지 얽힌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졌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동북아의 지정학적 게임은 여전하다.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는 양측 세력의 충돌과 대립의 접점이다. 오히려 미·중·러·일의 패권 다툼이 이제는 북한을 둘러싼 쟁탈전으로 확대됐다. 우리는 이 엄중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산업구조와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부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자. 과거에는 물질적 생산요소 장악 여부가 국가의 생존을 결정지었다. 여러 제국들은 제한된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식민지를 수탈했다. 강자가 탄생하기 위해서 누군가 희생이 필요했다.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물질적 생산요소를 '소유'하는 것보다 '접속'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폐쇄성이 아닌 연결성이 경쟁력이며, 자원의 독점이 아니라 활용이 필요하다.

지식기반 산업과 네트워크 경제가 성장함으로써 정보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역량을 결정하게 됐다. 철도는 도시 간 연결로 구성되는 광역경제권을 위해 필수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경제개발에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 철도역사 개발 및 산업단지 구축에 국제자본 투자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 개발의 이익을 주변 국가들과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동맹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의 미래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대립을 지경학적 연결로 전환하는 것이다. 철도는 대륙경제의 대동맥이며, 항만은 해양경제의 거점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는 것은 대륙과 해양의 접점에 놓인 한반도가 취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다.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연결하는 소통의 허브가 돼야 한다.

오는 12일까지 OSJD 사장단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평화로! 번영으로!'이다.
그동안 대륙과 단절됐던 한국이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북한을 잇는 철도 건설도 하루빨리 추진하고, 우리 정부의 '신한반도체제'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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