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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눈총받는 '5G'를 위한 변명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6 14:09

수정 2019.04.16 14:44

[이구순의 느린걸음] 눈총받는 '5G'를 위한 변명
'세계 최초'라 자랑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된지 열흘 남짓 됐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눈총에 5G가 휘둘리고 있다. 서비스 불통이라는 언론의 비난이 나오고, 단말기와 요금이 비싸다는 불만 섞인 소비자 목소리를 담은 비판기사도 쏟아진다.

2G, 3G, 4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 개시를 겪었지만 5G 만큼 나오자마자 집중적으로 비난세례를 받는 서비스는 낯설다.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게다. 4차산업혁명이니 기술혁명이니 하는 수식어를 써가며 일찌감치 홍보를 잔뜩 해 놨으니 더더욱 기대는 컸을 것이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5G에 쏟아지는 눈총이 안타까워 몇가지 변명거리를 찾아본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5G서비스가 블통이라는 품질 불만에 대해 변명 한마디를 얹자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고 해야할 듯 싶다. 이동통신서비스라는 것이 그렇다. 전국에 일제히, 아니 서울 중심이라도 촘촘히 기지국을 세워두고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지만 그렇게 시작되는 이동통신서비스는 없다. 이동통신용 주파수라는 것이 건물하나를 지나칠 때, 주변에 산이 있을 때, 사용하는 사람이 몇명이냐에 따라 매번 성질이 달라진다. 연구실에서는 분명 1km는 커버할 수 있었는데 빌딩 하나 거치면서 500m도 못가기도 하고, 3G주파수는 잘 넘어가던 낮은 언덕을 4G 주파수는 못넘어 설치기사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러니 일단 도시의 핵심지역 몇곳에 기지국을 설치하고 사용자 반응과 기계적 테스트를 보면서 미세한 조정을 거쳐 서비스 품질을 높여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의 모든 통신회사들이 다 같은 방법을 쓴다. 그러니 열흘 남짓 된 5G 서비스에 품질불만을 내놓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내놓으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요금이 비싸다는 불만도 사실 5G에는 들이대기 어려운 불만인 듯 싶다. 이동통신의 새대를 하나 업그레이드 하는데 2조 가량 투자비가 든다. 초기에 막대한 돈을 들이고 10년 이상 가입자들에게 사용료를 받아 원가를 맞추고 이익을 내는게 통신회사의 사업방식이다. 잠깐 돌이켜 생각해보면, 통신복지 차원에서 3G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도록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할 때 했던 말이 "투자비 원가를 모두 회수했으니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투자비 원가가 많이 반영된 초기 서비스의 요금은 비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갓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5G요금을 통신복지 차원에서 낮춰놓은 3G, 4G 요금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시장 이치다.

조금은 기다려 줬으면 한다. 소비자도, 언론도. 통신품질에 대해 얘기하려면 적어도 5~6개월은 지나봐야 한다. 요금불만을 얘기하려면 3~4년은 참아줘야 한다.
정부와 통신사, 기지국 건설회사, 단말기 제조회사 등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탄생시킨 '세계 최초 대한민국 5G'가 시장에 자리를 잡는데는 시간도 필수요소다. 지금은 불만을 제기하기에 너무 이른 타이밍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정부도 통신사들도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잉홍보를 자제했으면 한다.
하루라도 빨리 소비자들에게 눈총받지 않는 5G를 내놓는데 집중해줬으면 한다. '세계 최초' 자랑 보다는 소비자 만족이 우선 아니겠는가.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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