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5G가 화해시킨 애플-퀄컴… 모뎀칩 받고, 그간 특허료 주기로 [30兆 특허전쟁 마침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7 17:23

수정 2019.04.17 17:23

애플 5G폰 출시 위해 백기 들어 6년 계약 체결에 퀄컴 주가 폭등
5G가 화해시킨 애플-퀄컴… 모뎀칩 받고, 그간 특허료 주기로 [30兆 특허전쟁 마침표]

지난 2017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소송전을 벌여온 애플과 퀄컴이 16일(현지시간) 전격 합의를 선언하고 쌍방에 대한 소송들을 취하하기로 했다. 합의 결과 애플은 종전처럼 퀄컴의 모뎀칩을 구입할 수 있게 됐으며 굳이 중국 화웨이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5세대(5G) 휴대폰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양사가 특허권에 대한 6년짜리 사용 면허 계약을 새로 맺었고 양쪽 모두에게 이를 2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발표했다. 새 계약은 이달 1일부로 소급 적용되며 양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약 80건의 소송들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애플은 퀄컴에게서 수년간 모뎀칩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고 퀄컴에 주지 않았던 특허 사용료 일부를 지불하기로 했다.

면허를 포함해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가격이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실상 퀄컴의 승리

미 컨설팅업체 엔드포인트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케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의가 "퀄컴에 엄청난 승리"라며 "꼬리를 무는 소송이 회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에는 소송이 재정적 손실이었겠지만 퀄컴 입장에서는 사업이 망가지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합의가 알려지자 뉴욕 증시의 퀄컴 주가는 하루 만에 23% 뛰었으며 애플 주가는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양측의 소송전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이폰 제작을 위해 2011~2016년에 걸쳐 퀄컴에서 모뎀칩을 조달했던 애플은 당시 퀄컴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모뎀칩 사용료로 너무 비싼 값을 받는다며 사용료 지급을 중단하고 퀄컴에 270억달러(약 30조 6477억원)를 내놓으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퀄컴은 같은 해 5월 애플이 정당한 요금을 내지 않는다며 70억달러를 달라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이 외에도 상대에게 각종 특허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퀄컴측은 미 정부를 상대로 아이폰 판매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WSJ에 의하면 양사는 15일 미 캘리포니아 남부지역법원에서 갈등의 핵심인 사용 면허에 관한 공판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이들은 16일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합의 사실을 발표했고 재판도 이에 따라 마무리됐다. 퀄컴은 이번 소송에서 패할 경우 과거 퀄컴 제품을 썼던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극적으로 판을 뒤집었다. 퀄컴측은 자세한 합의 내용을 감추면서도 애플에 대한 모뎀칩 공급이 재개되면 연간 주당순이익이 2달러 정도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애플도 본격 5G 뛰어드나

WSJ는 5G 휴대폰 출시에 대한 애플의 위기감이 이번 합의를 재촉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에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5G 모뎀칩을 개발한 퀄컴은 애플과 소송 중에도 5억달러 이상을 5G 모뎀칩 개발에 쏟아 붓는 도박을 벌였고 올해부터 양산이 가능해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5G 모뎀칩 제작이 가능한 기업은 퀄컴과 삼성전자, 화웨이, 대만의 미디어텍이나 미디어텍의 제품은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퀄컴과 결별 이후 인텔 제품을 이용했으나 인텔의 5G 모뎀칩은 최소 2020년에야 양산이 가능하다. 애플은 지난 2월부터 자체 모뎀칩 개발에 나섰지만 당장 5G 아이폰을 출시하려면 다른 회사 제품을 써야 한다.
삼성은 이달 물량문제로 애플의 구매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및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방송된 인터뷰에서 애플에 5G 모뎀칩을 팔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규제를 강화하는 마당에 애플이 화웨이 제품을 쓰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뒤탈이 뻔히 보이는 화웨이 제품을 쓰느니 퀄컴과 화해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