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진국 도시들이 아파트 층고를 일률적으로 못 박아 규제하는 일은 드물다. 외려 이들 주요 도시는 건축물마다 높낮이와 외관상의 개성을 살려 전체적으로 멋진 스카이라인을 연출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른바 '35층 룰'이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데다 결과적으로 도시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있다면 이참에 손을 보는 게 맞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시가 높이 규제 완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서울시나 상대적으로 '35층 룰' 철폐에 더 적극적인 자치구들도 재건축을 바라는 단지 주민들의 민원이나 건설업계의 입김에만 휘둘려서도 곤란하다. 층고 제한 규제 완화로 잠잠해진 집값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경관 훼손뿐 아니라 안전 문제나 조망권 침해 등 초고층아파트 재건축 제한 정책에 담긴 대의까지 송두리째 부인할 순 없지 않은가.
'2040 서울플랜' 수립 소문이 퍼지며 벌써 50층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세훈 전 시장도 모두 천편일률적 형태의 '성냥갑 아파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재건축이나 재개발 물량 확보에 초점을 맞춰 층수만 높아진 '병풍 아파트'들이 다시 한강과 남산 등을 가려서는 안 될 말이다. 그렇다면 '35층 룰'을 완화하더라도 일괄 완화가 아니라 구역별 특성에 맞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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