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진칼 '백기사' 케이프증권이 공매도 나선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17:34

수정 2019.04.23 17:34

84만주 매도 후 추가 공매도
오너가 상속세 낮추기 위해 주가 누르기 의혹도 일어
한진칼
한진칼

한진칼의 '백기사'로 거론됐던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번에는 한진칼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백기사' 역할을 버리고 공매도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견해와 함께 끝까지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18일 기준)에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다음날(9일) 한진칼 지분 84만1859주(약 1.42%)를 팔아치운 후 같은 달 공매도에 나선 것이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는 공매도 잔고가 종목별 발행주식 수의 0.5%를 초과하는 투자자가 대상이다.

통상 공매도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공매도 시세차익이라는 주장이 대세지만 일각에선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공매도로 시세차익을 누리는 동시에 한진그룹의 상속세를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고 지적한다.

실제 조 회장이 별세한 후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가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때문이다. 또 오너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오너일가의 한진칼 지분매각→2대 주주인 KCGI와의 지분율 격차 감소→경영권 분쟁→지분매입 경쟁 →주가상승 시나리오가 부각된 것이다. 한진칼 주가는 이달 5일 2만5200원(종가 기준)이었으나 12일에는 4만4100원을 기록했다.

주가 급등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진칼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이달 8일 239억원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4만원을 훌쩍 넘었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로 다시 내려왔다. 단순 계산해 공매도 세력이 고점(종가 기준)인 4만1600원에 매도해 3만400에 매수했다면 주당 1만200원(약 27%)의 이익을 챙겼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주가가 낮아지면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도 줄어든다.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매도를 활용해 한진칼의 '주가 누르기'를 돕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후 4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한다. 케이프증권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자산을 운용하는데 운용전략이나 목표, 매매기법을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라며 "시장이 어떤 해석을 하든 저희 길을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