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해외여행 전 홍역 예방접종 필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5 17:29

수정 2019.04.25 17:29

[특별기고] 해외여행 전 홍역 예방접종 필수

"왜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홍역환자가 계속 생기나요?"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필리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홍역 발생건수가 작년보다 3배 증가했으며, 환자의 90% 이상이 홍역 백신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백신 기피현상 등으로 예방접종률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1998년에 홍역백신(MMR)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안티백신 운동이 확산됐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조작된 가짜 논문으로 밝혀져 해당 논문은 철회되고, 연구의사는 자격이 박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지속돼 백신접종률 하락으로 홍역 등 감염병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WHO로부터 2014년에 홍역퇴치 인증을 받았으며, 홍역 예방접종률이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홍역 유행국가 방문 시 감염돼 국내에서 발병한 환자로 인해 소규모 유행이 발생하고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홍역은 2회 예방접종으로 97% 예방할 수 있으므로 생후 12~15개월, 생후 4~6세 2회 접종을 적기에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홍역 유행국가를 방문할 경우에는 생후 6~11개월 영아와 면역이 낮은 20~30대 성인도 최소한 1회 접종을 받고 출국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접종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백신을 투여해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얻도록 하는 과정으로, 개개인은 물론 전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의료행위이자 예방수단이다. 두창, 소아마비(폴리오) 예방접종 도입으로 WHO는 1976년 두창 박멸 선언을 했으며 2000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서태평양 지역 37개국에서 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할 수 있었다. 1950년대 국내에서 소아마비·디프테리아 환자가 약 2500명 발생했지만 예방접종 도입으로 1980년대 이후부터는 환자 발생이 없어 현재는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든 감염병이 됐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홍역 등 감염병은 빠르게 다시 유행할 수 있다.

WHO는 2019년 전 세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백신 기피로 인한 감염병 유행을 경고했다. 감염병 발생과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예방접종에 동참해 집단면역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14년부터는 예방접종을 전액 무료로 지원하고, 매년 대상 백신과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에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과 어린이 인플루엔자 백신, 2018년에는 초등학생까지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확대해 현재 12세까지 어린이에게 17종의 예방접종을, 만 65세 이상 어르신께는 인플루엔자·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임신부까지 인플루엔자 접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4월 마지막 주는 WHO가 감염병 퇴치를 위해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예방접종주간'이다. 예방접종은 치명적인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예방수단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나와 가족의 건강도 보호되지만, 집단면역 수준이 올라가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는 면역저하자들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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