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명으로 출발해 '기업가치 1조원 기업'…'이유있는 성장'
권오섭 회장, 퇴사자까지 챙기는 따뜻함…본사에 호텔수준 피트니스까지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이미 퇴사한 직원에게 선물을 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이 회사는 퇴사 직원 주소지로 자사의 신상·주력 화장품을 발송합니다. 글로벌 마스크 팩 브랜드 '메디힐'을 보유한 엘앤피(L&P) 코스메틱 얘기입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으로 등극한 업체인데요.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 간담회'에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회장이 초청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혁신벤처를 꼽고 있고 그 대표주자로 엘앤피코스메틱이 선정된 셈입니다.
◇ "퇴사 직원이 평판 만든다…좋은 이미지 계속 남겨야"
퇴사자까지 챙기는 일이 흔치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권 회장은 평소 "퇴사 직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들에게 연말 선물을 발송하는 배경이지요. 권 회장은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퇴사를 했어도 우리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계속 보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퇴사 직원은 회사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자신이 다녔던 엘앤피코스메틱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다니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좋을 리 있겠는가. 회사에 실망하고 떠났다고 해도, 노력을 거듭해 그의 머릿속에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
선물은 그 정성과 배려 때문에 상대에게 감동을 줍니다. 상당 수 퇴사 직원들은 강서구 등촌동 소재의 엘앤피코스메틱 사옥을 방문해 옛 동료들과 덕담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엘앤피코스메틱에 대해 어떠한 평을 남길 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지요. 이 회사가 단순히 '잘 나가는 기업'에 그치지 않고 '입사를 추천하는 기업'이라는 평을 듣는 데에는 퇴사 직원의 목소리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초호화 피트니스 센터 못지 않은 직원 복지시설
기자도 최근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엘앤피코스메틱 사옥 '메디힐 빌딩'을 방문했다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직원 복지 시설을 눈으로 확인한 직후였습니다. 지하에 구축된 운동시설을 보고선 입이 벌어졌습니다. 초호화 주상복합아파트 피트니스 센터 부럽지 않은 시설 때문이었습니다.
사옥 지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실내 농구연습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림을 통과한 '3점슛'처럼 흠잡을 데 없이 연습장이 잘 조성돼 있습니다. 그 옆으로 골프 연습 타석장이 보입니다. 이곳에선 전문가의 골프 레슨도 이뤄집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골프 장갑을 낀 직원들이 몸을 풀며 '샷'을 준비했습니다. 이곳이 회사인지 여가 시설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사우나, 샤워실, 수면실은 물론 물리치료실도 있습니다. 피곤할 때 잠깐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은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수면실이 부족하니 2배 이상 늘리라'는 권 회장의 지시에 직원들이 환호한 이유입니다.
"복지 시설이 훌륭해야 직원들 자부심이 커진다"는 게 권 회장의 지론입니다.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직원들이 휴일에도 지하 운동시설을 찾을 정도로 반응이 아주 좋다"고 뿌듯해 했습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여가 생활을 위해 굳이 다른 곳을 갈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실제로 들었습니다.
◇다니기 좋은 회사 평판, 결국 미래 성장 동력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앨앤피코스메틱은 요즘 말로 가장 '핫한' 기업입니다. 지난 2009년 창고형 사무실에서 '직원 3명 규모'로 출발해 10년 만에 250명으로 임직원이 늘어났습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지난해 매출은 33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무려 36배 증가했습니다. 작년 9월 단일판매 기준 메디힐의 마스크팩 누적 판매량은 14억장을 돌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라면 이 회사의 '외형 성장 속도'보다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더 주목하길 바랍니다. 권 회장은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을 향해 "앞으로 100년을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진심과 마음이 느껴졌다는 후문입니다.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미 떠난 사람에게 선물을 주지도 않았겠지요.
권 회장이 퇴사 직원에게 연말 선물을 주고 얻은 게 있습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직원을 생각하는 회사' '떠난 직원도 챙기는 회사'라는 업계 평판입니다. 이 같은 평판은 결국 인재를 끌어모아 회사의 미래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듭니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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