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1918년 스페인 독감 병인기전 규명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11:59

수정 2019.04.29 11:59

연세대 성백린 교수, 건국대 김균환 교수·박은숙 교수, 경희대 김광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핵심인자와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29일 밝혔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5,0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고 위험성 독감(인플루엔자) 감염은 막대한 인명피해와 국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그 병인과 치료 개발 연구가 절실하다.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PB1-F2'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주목했다. 이것이 우리 몸의 항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베타를 강력하게 저해하여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인터페론 베타(IFNb)는 바이러스나 특정 박테리아 감염 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초기 면역시스템에서 유도되는 물질 중 하나이며, 병독성(virulence)는 병원체가 숙주에 대해 질병, 사망을 일으키는 능력을 말한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같이 PB1-F2 단백질의 특정 위치의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만 이 특성이 나타나며, 돌연변이가 없는 병독성이 약한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는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지 않았다.

돌연변이 PB1-F2은 인터페론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필수 단백질인 ‘DDX3'를 분해시킴으로써 인터페론 베타의 유도를 강력히 저해한다. 이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및 사망으로 이어진다.

김균환 교수는 “이 연구는 스페인 독감의 새로운 병인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향후 새로운 형태의 고 위험성 인플루엔자 감염의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으며, 특정 위치의 돌연변이 규명을 통해 스페인 독감과 같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고 이를 예측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성백린 교수는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경험한 감염성질환 중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사건으로서 이제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의 높은 병원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유전적 변이와 중증 감염이 나타남에 따라 경종이 울려지고 있다”라고 연구 결과의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EMBO Journal)’에 4월 12일 게재되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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