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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거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정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6 17:45

수정 2019.04.26 17:45

여야는 26일까지 연이틀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리려는 더불어민주당 및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대치하면서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한 국회 회의장 곳곳에서 여야가 볼썽사납게 충돌했다.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자당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까지 사법개혁특위에서 교체를 강행하자 난장판이 본격화됐다. 한국당이 의안과 등을 봉쇄하자 여당이 이를 뚫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회의장 문을 부수는 '빠루'(노루발못뽑이)와 해머까지 다시 등장했다.

이른바 '동물 국회'가 부활한 셈이다. 이쯤 되면 국회는 몸싸움 방지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2012년 이전으로 되돌아 간 꼴이다.

퇴행 양상은 과거보다 더 심각해진 느낌도 든다. 야당이 새로 사개특위위원으로 보임된 의원을 감금하고 여당도 e메일 발의 시도와 팩스 접수, 국회의장의 병상 결제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하면서다. 더욱이 이런 추태는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경기하강의 '빨간불'이 켜진 하루 동안 벌어졌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방치하면서다. 앞으로 이런 후유증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그런데도 여야가 상대의 국회법 위반만 거론하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으니 문제다. 국회선진화 조항을 거슬러 물리력을 동원한 쪽이나 본인 의사에 반해 사개특위 위원을 강제 사임시킨 측 모두 국회법 위반 소지는 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대표성을 보완하지만 지역 대표성은 약화시킬 수 있어 현행 선거제도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몰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기어코 패스트트랙에 태우려한 여당의 무리수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라는 극히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민주화 이후 확립된 전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