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데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둔화 등이 겹쳐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15조6422억원)에 비해 60.4%나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SK하이닉스도 작년 1·4분기(4조3673억원)보다 68.7% 급감한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주력 수출산업인 화학·철강의 하락세도 뚜렷했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7.7% 줄어들었고,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제품 마진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53.5% 급감했다. 전자, 화학에 비하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포스코도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9.1% 줄어든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다. 다만 현대차 등 자동차·부품업체 5개사의 영업이익이 35.1% 늘어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부의 대응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해 답답하다. 기업 실적이 나빠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나쁜 외부 경제여건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수출, 투자, 소비가 트리플 부진에 빠지고 기업 실적마저 비상등이 켜진 지금 상황은 경제위기 수준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 실적악화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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