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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 "즉각 보복"… 美·中, 살얼음판 속 대화는 지속 [美·中 무역분쟁 중대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9 17:34

수정 2019.05.09 17:34

이어지는 강대강 대치
트럼프 "中이 우리 노동자 착취"..中은 "美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
열어 둔 협상 테이블
류허, 워싱턴 넘어가 막판 협상..트럼프 강경책 ‘재선전략’ 분석
미국이 이번 주말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공식화했다.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기 때문"이라며 대중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양측은 이 같은 강대강 대결 속에서도 협상을 다시 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피말리는 주도권 다툼 속에 안갯속을 걷고 있다.



■강대강 대치 속 최종 담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일(현지시간) 관보에 10일부터 연간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다는 관세인상 방안을 게재했다. 5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6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발언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에서 유세 중 "중국이 우리 노동자들을 편취하는 것을 멈출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물리고, 12월에는 관세율을 25%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미·중 정상 간 대화국면이 조성되고, 12월부터 양국 간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이를 연기해왔다. 하지만 USTR은 이날 관보에서 '최근 협상에서 중국이 이전에 합의한 특정 약속들에서 후퇴하는 선택들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논의에 진전이 없는 점을 감안해 대통령이 USTR에 추가 관세율을 25%로 높일 것을 지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관보 게재로 관세인상이 공식화되자 중국은 즉각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관영 신화통신에 "무역갈등 고조는 양국 인민 그리고 전 세계 인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미국의 관세(인상)가 적용된다면 중국은 필요한 대응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보복을 천명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관세인상과 보복관세 칼을 빼들기는 했지만 협상은 계속된다. 중국은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협상팀이 9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협상팀과 막판 협상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서 "중국 측이 방금 우리에게 알려왔다"면서 대표단이 "합의를 위해 미국에 오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지만 (대중) 관세로 미국 국고에 연간 1000억달러가 넘게 들어온다는 점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해 미국은 합의에 목을 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쉬운 건 중국이지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증시 개장에 앞서 나온 트럼프의 트윗은 미·중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을 상승세로 돌려놨지만 이후 중국의 보복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은 상승폭을 대부분 까먹거나 하락세로 반전했다.

■강경책, 트럼프 재선전략?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중 합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분위기를 띄우던 트럼프가 5일 이후 돌연 태도를 바꿔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내년 대통령선거 재선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무역합의가 되레 자신에게 내년 재선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역협상을 대충 얼버무리면 민주당이 중국에 밀렸다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호재로 삼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윗에서 이를 의식한 듯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이 이전 합의사항에 재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조 바이든이나 또는 매우 취약한 민주당 대선후보들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래서 앞으로도 수년 동안 계속해서 미국을 (연간 5000억달러씩) 벗겨먹을 수 있다는 강렬한 '희망'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유력 대선경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 경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연간 대중 관세로 1000억달러를 국고에 쌓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반년간 거둬들인 관세는 반년치 50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347억달러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다만 관세율을 25%로 끌어올리면 1000억달러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