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초등학교 앞에서 발견한 노란색 벽, 이게 대체 뭔가요? [소소韓 궁금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1 11:19

수정 2019.05.11 11:19

산책 중 발견한 노란색 벽 /사진=이혜진 기자
산책 중 발견한 노란색 벽 /사진=이혜진 기자

얼마 전 동네를 산책하던 중 길가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란색 벽을 발견했습니다. 저건 대체 뭘까..? 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옐로카펫'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레드카펫, 블루카펫까지는 들어봤어도 옐로카펫이라니?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옐로카펫을 설명하는 안내문 /사진=이혜진 기자
옐로카펫을 설명하는 안내문 /사진=이혜진 기자

안내문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이들의 안전한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된 시설물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옐로카펫의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됐습니다.



■ 초등생 등굣길 옐로카펫 직접 가봤더니..

옐로카펫은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 아동이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합니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아동을 잘 볼 수 있도록 해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시설물입니다. 눈에 잘 띄는 색상과 반사성능을 가진 재료를 이용해 벽면과 바닥 부분에 만든 횡단보도 대기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울 중랑구 소재 A 초등학교 등굣길. 옐로카펫에서 대기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이혜진 기자
서울 중랑구 소재 A 초등학교 등굣길. 옐로카펫에서 대기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이혜진 기자

내친김에 초등학생들의 등굣길을 직접 찾아가 옐로카펫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교통안전 도우미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지나가는 중에는 정말로 '옐로카펫'에서 대기를 하더군요.

밝은 햇빛 아래에서도 눈에 확 띄는 색이라 제대로 된 시각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모(42·여)씨는 "옐로카펫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아이의 등굣길에 차가 많이 다녀 늘 걱정을 했는데,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라고 안도했습니다.

취재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옐로카펫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안된 시설이라고 합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네요. 이들의 노력 끝에 지난 2015년 최초의 옐로카펫이 성북구 길원초등학교 앞에 설치됐습니다.

사진=옐로카펫 홈페이지 캡쳐
사진=옐로카펫 홈페이지 캡쳐

옐로카펫이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옐로카펫이 깔린 곳은 전국 887개소에 달합니다. 정부도 이에 힘을 보탰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6월 옐로카펫 제작 및 설치 가이드를 마련해 배포했습니다.

■ 횡단보도 앞 감속 효과 있지만.. 무분별한 설치는 '독'

국내 아동 사망사고 중 교통사고의 비율은 44%에 달하고, 그중 81%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사고라고 합니다. 옐로카펫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죠. 실제로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까요?

서울 종로구 소재 B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옐로카펫 /사진=이혜진 기자
서울 종로구 소재 B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옐로카펫 /사진=이혜진 기자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옐로카펫을 설치한 횡단보도에서 자동차 주행 속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옐로카펫 주행 실험에서 진입 직전 속도는 시속 19.4km였지만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순간에는 시속 16km를 기록해 속도가 17.5% 감소했다고 합니다. 옐로카펫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거꾸로 속도가 올라갔다네요.

옐로카펫의 설치가 점차 늘어나자 효과적인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옐로카펫 효과성 증진을 통한 어린이 통학로 안전보장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무분별한 설치 확대보다 어디에 설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노란색 설치물이 많은 장소 등 적절하지 않은 곳에 옐로카펫이 설치되면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규격에 맞지 않는 설치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낮은 인지도도 개선해야 할 사항입니다. 교통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옐로카펫을 알고 있었다는 성인은 전체의 21%에 불과했습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어린이들보다 크게 낮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권모(35·남)씨는 옐로카펫의 사진을 보고 "뭔지 잘 모르겠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것 같긴 한데.. 이게 뭔가?"라며 되물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사진=이혜진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사진=이혜진 기자

해당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호 국회의원은 "어린이 교통 안전이야말로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주제"라면서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옐로카펫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적 의정 활동을 이어가겠다"라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옐로카펫 #어린이 #안전 #교통사고 #횡단보도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