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로스쿨 도입 10년이 가져온 변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2 17:04

수정 2019.05.12 17:04

[특별기고]로스쿨 도입 10년이 가져온 변화

대학 동기 P는 삼수를 해서 나이가 두세 살 더 많다. 대학 졸업 후 십수년이 지난 최근 P의 근황을 확인하게 됐다. P는 사법시험 1차 합격 후 2차를 앞두고 결혼을 했고, 현재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하지만 P는 법조인의 꿈을 버리기 어려워 바뀐 제도에 맞게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고, 지방에 소재한 로스쿨에 지원했다. 결과는 예비합격자였고, 다음 해 같은 로스쿨에 다시 지원했으나 역시 결과는 예비합격자였다. 불합격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로스쿨 측으로부터 노골적인 나이차별 발언을 들은 것이다.
사실 P는 사법시험 1차 합격 경험이 있기 때문에 로스쿨 입학을 통과하지 못할 실력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은 마흔 가까운 나이의 지원자에게는 입구부터 막혀있는 것이다.

한 모임에서 알게 된 동생 S군이 있다. 그는 영어를 가르치는 입시학원 강사였는데 입시반을 담당하면서 뒤늦게 법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내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이제 막 서른에 들어섰고 지방에 소재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학자금 대출은 없지만 이제부터 돈을 모아야 결혼도 하고 인생 설계가 가능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였다. 고민 끝에 나는 부정적 취지의 조언을 했다. 먼저 그는 나이에서 로스쿨 입학이 걸러질 가능성이 높고, 그의 출신대학으로 갈 수 있는 로스쿨은 역시 지방 소재 로스쿨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방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시험 통과도 만만치 않지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의 모습이 현재 영어강사로 커리어를 계속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나는 장담할 수 없었다.

올해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됐고 로스쿨 도입이 가져온 변화한 모습들이다. 로스쿨 도입 취지 중 하나가 인재의 다양성이고, 로스쿨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로스쿨 지지자들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되풀이한다. 과연 로스쿨 도입 취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지켜진 것이 있는가.

로스쿨은 나이와 학벌이 큰 요건이다. P의 경우 변호사시험 본선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미 사법시험 2차 경험이 있어서 로스쿨 3년 동안 내용을 리마인드하면 충분히 본선을 통과할 경쟁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입학이 막혀서 본선을 치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S는 나이에서 로스쿨 입학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지방대학 출신이 큰 장애요인이다. 그가 다른 자격증이나 특수한 자격이 있지 않는 한 서울 소재 로스쿨 입학은 변호사시험 합격보다 어렵다.

정리하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후반의 나이를 넘기면 대한민국에서 법조인이 될 기회는 현격히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재의 다양성을 기치로 내건 로스쿨 취지대로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로스쿨을 통한 법률서비스 확대가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로스쿨 입학부터 쉽지 않은 국민 대다수를 법조의 객체로만 상정하는 발상에 불과하다. 법조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돼 직접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국민의 바람은 외면하고, 서비스만 받으라는 발상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기회는 가질 수 있었다.
본선 진출은 누구에게나 보장이 됐던 것이다. 로스쿨에서 객체로 전락한 국민을 위해 로스쿨이 아니어도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 이제는 로스쿨에서 배제된 계층을 위한 우회로로 예비시험을 논의해야 할 때다.

고봉주 대한법조인협회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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