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9주기 앞두고 영창 체험 잇따라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우리는 폭도가 아니에요~."
16일 광주 서구 치평동 5·18자유공원 5·18 헌병대 영창체험장. 전남 함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헌병' 모자를 쓴 연기자를 향해 소리쳤다.
헌병대 연기자가 "광주에 있는 놈들은 모두 다 폭도들이야!"라고 소리치자 학생들은 "아니에요~"라고 맞받아쳤다.
5·18민주화운동 39주기를 앞두고 '5·18 헌병대 영창체험장'에 광주·전남지역 곳곳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전남 해남공업고, 함평초, 강진청람중, 해남북평중, 강진늦봄문익환학교 등 광주·전남 지역 학생 200여명이 5·18을 기억하고 5월의 아픔을 되새기기 위해 영창체험에 나섰다.
학생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80년 5월 신군부의 음모와 만행이 자행된 '공포의 방', 헌병대의 무자비한 고문이 행해진 '헌병대 식당', 수많은 희생자들이 갇힌 '영창', 시민들을 상대로 부당한 재판이 이뤄진 '법정'을 차례로 방문했다.
헌병대 연기자가 곤봉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폭도들은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학생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박솔별양(11·여)은 "무서워요. 다신 안 오고 싶어요"라고 울먹이다 "그 당시에 진짜 사람들이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쌍해요"라고 말했다.
함평초 문승현군(11)은 "5·18은 잘 모른다"며 "그런데 전두환이 광주 시민을 죽였다는 것은 영상을 봐서 안다. 나쁜 사람이란 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상무대 또 다른 체험관에서는 교과서를 통해 5·18을 배운 중학교 학생들이 영창체험을 했다.
군사법원 체험관에서는 한 연기자가 5·18 당시 도청 항쟁 지도부 기획실장을 맡았던 김영철 열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저는 도청에서 계엄군에 끝까지 저항하다 총상을 입고 이 곳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왔습니다. 간첩으로 몰리고 모진 고문에 몇차례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철 열사는 5월 이후 나주 국립정신병원에서 18년간 입원한 후 1998년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고문후유증으로 사망한 '들불야학'열사다.
김영철 연기자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들불야학이 뭔가요', '언제 돌아가셨나요', '왜 마지막까지 싸우셨나요', '무섭지 않으셨나요' 등 실제 김영철 열사에게 질문하듯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남북평중학교 박떠오름양(15·여)은 "5·18은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보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오늘 체험하러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함평초 손둘이(33·여) 교사는 "아이들이 5학년 2학기부터 역사를 배우고 6학년이 돼서야 5·18에 대해 배운다"며 "5·18을 배우기 전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5·18전에 영창체험을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진청람중학교 한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39년 전에 광주에 있진 않았지만 이렇게 간접체험을 통해서라도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알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