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한국서 양악수술 中 식물인간 된 중국인 여성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9 10:29

수정 2019.05.19 10:29

클릭 이 사건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호흡곤란
치료에도 '뇌손상 진단'..식물인간 상태 빠져
A씨 측 "의료 과실..25억 배상해야" 소송
병원 측 "A씨 음주가 원인" 반박
법원은 A씨 측 손들어줘..병원 과실 7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매년 10만명 안팎의 중국인들이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지난 2016년 1월 A씨(현재나이 33세)도 같은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류붐을 타고 K-뷰티의 위상이 날로 높아진 시기였다. 금융사 직원으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A씨는 서른을 앞두고 한국의 한 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기로 했다. 양악수술은 뼈를 깎고 다듬는 고난도 수술로 사망사고의 위험에도 미용을 위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수술을 받으러 한국에 온다.

■양악수술 중 호흡곤란...뇌손상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7일 오후 2시 20분께 A씨는 수술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수술과정에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이 수차례 투여됐다.

문제는 수술에 돌입한 지 한 시간이 됐을 무렵 발생했다. 절개부위를 꿰매는 단계에서 A씨에게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에 나섰으나 차도가 없었다. 결국 의료진이 부른 119 구조대에 의해 A씨는 인근 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호흡기 치료 후에도 A씨는 다음날 장시간 산소공급 중단에 따른 뇌손상 진단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A씨는 국내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 해 2월말 중국으로 후송됐다. A씨는 사고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금쪽같은 딸 아이가 하루아침에 타국에서 식물인간이 됐다는 소식을 접한 A씨의 부모는 그 해 11월 병원장과 당시 수술을 시행한 의사들을 상대로 25억4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A씨 측은 프로포폴 사용을 문제 삼았다. 프로포폴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를 진정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부정맥·무호흡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A씨 측은 “프로포폴 진정 시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환자상태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의료진이 필요함에도 이를 어기고 수술을 실시해 A씨의 호흡곤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진이 수술 전 프로포폴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호흡곤란이 발생한 후에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 측은 A씨가 알콜성 질환을 앓고 있었고, 수술 전에도 술을 마셔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심장회복 기능이 늦어지고 뇌 손상을 가중시켰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의료 과실..11억 배상해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의료진은 독립적 의료진을 참여시켜 환자상태를 관찰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실시하지 못한 과실도 있다”며 “프로포롤을 사용한 수면마취의 부작용을 설명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수술 전 술을 마셨다는 병원 측 주장에 대해서는 “수술 전 술을 마셨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또 뇌손상의 직접적 원인은 외부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지 알콜로 인한 질환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프로포폴은 널리 사용되는 마취제로 의료진이 A씨에게 투여한 프로포폴의 용량이나 방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부작용이 초래될 것을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은 A씨와 그 가족에게 치료비·일실수입·중국 후송비용·위자료 등 약 1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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