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혁신기술 개발하고도 출시 막혀 해외로 발길 돌리는 스타트업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7:46

수정 2019.05.22 17:46

대한상의, 신산업 3개지 덫 지적.. 기득권 저항·규제·소극행정 꼽아
#. 스타트업 A사는 스마트폰앱으로 심방세동을 측정해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1위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국내 출시는 못한 채 유럽시장을 공략 중이다. 생체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원격의료에 해당돼 국내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 유전자검사업체 B사는 침으로 유전자정보를 분석해 질병예측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출시를 못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검사가 비만, 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되어 치매나 암 등의 질병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C사는 암을 비롯해 300개 이상 항목의 검사가 가능한 일본에 법인을 세워야만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국내 신사업 진입의 3가지 덫으로 기득권 저항,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진입규제 수준이 중국은 물론 이집트보다 뒤처진다며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득권 저항 때문에 원격의료, 차량공유 등의 분야에서 신규사업자가 시장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가 반대하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않고, 신규사업자는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고 있다. 중국도 텐센트·바이두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이 원격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시범사업 시행만 십 수년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득권 저항에 의해 진입 자체를 막거나,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법만 하더라도 기득권층의 반대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로 20년째 시범사업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지티브 규제로 신사업이 안되는 분야의 대표적인 사례는 유전자검사다. 국내는 현행법상 체지방, 탈모 등과 관련한 12개 항목만 허용하다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해 13개 항목을 추가로 허용했다. 반면 영국, 중국은 소비자 직접 의뢰(DTC) 검사 항목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미국도 검사 항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금융혁신과 숙박공유도 포지티브 장벽에 갇혀 있다. 도심형 숙박공유업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등 법으로 일일이 나열해 허용하고 있어 외국인만 이용가능하고 내국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활동이 봉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도 규제 장벽의 요인으로 꼽혔다.
정영석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규제를 풀면 부처의 권한이 약해지고 다른 공무원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민폐의식이 여전히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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