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뮬러 "트럼프 범죄 혐의 기소..선택지 아니었다" 탄핵론 재점화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8:02

수정 2019.05.30 18:02

"현직 대통령 기소는 위헌"..유·무죄 판단 불가 입장 밝혀
"의회 출석해도 추가로 말할 것 없다" 선그어
美 정치권 특검 공방 2라운드
/사진=AP, 뉴시스
/사진=AP, 뉴시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사진)가 29일(현지시간) 22개월 간의 침묵을 깨고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 종결에 대한 첫 공개 발언을 남기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특검 수사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뮬러 특검은 이날 발언하기에 앞서 "수사결과 보고서 그 자체로 모든것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종 법적 의견을 담은 특검 보고서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날 뮬러 특검의 공개 발언을 끝으로 해산하지만, 그가 남긴 뼈가 있는 애매모호한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에 힘을 실어줬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트럼프 무죄 확신 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
뮬러 특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성명을 통해 뮬러 특검은 "나는 우리의 수사가 종결됐고 법무장관이 우리 수사에 대한 공개적 보고를 했기에 오늘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특검 사무실을 닫으며, 나는 법무부에서 퇴임해 개인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며 운을 뗐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하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법무부 정책을 거론하면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위헌으로,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특검팀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특검팀이 이에 대한 현행법상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뮬러 특검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졌다. 수사 결과 폴 매너포트 등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 5명과 러시아 정보원 등 총 20명이 기소된 가운데 최종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의 선거개입을 인식했을 순 있으나 공모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뮬러 특검은 "미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 체계 이외 다른 절차를 필요로 한다"며 "이에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지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특검의 최종 입장으로, 우리는 대통령에 대한 그 어떠한 결론이나 가설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공'을 의회로 넘겼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이 의회는 현직 대통령의 잘못을 고발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 발언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하원 법사위원회 등 민주당은 뮬러 특검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뮬러 특검팀 측과 물밑 조율을 벌여왔다. 그러나 뮬러 특검은 "이번 수사에 대한 증언은 특검 보고서 이외 더 이상 없다.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한 이유와 분석 및 수사내용들이 보고서에 모두 담겨있다"며 "오늘 내가 발언한 것과 보고서에 담긴 내용 이외에 내가 특검 수사에 대해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특검보고서 자체가 나의 증언"이라며 "의회에 출석하더라도 이미 공개된 보고서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탄핵론에 무게..트럼프 "마녀사냥"
뮬러 특검의 발언 직후 민주당 내 인사들은 즉각 탄핵론에 무게를 실었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미국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고 아무것도 배제돼선 안 된다"면서도 탄핵에 관해선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탄핵 가능성은 열어두되 의회를 통한 조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많은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탄핵하길 원한다"면서도 "우리는 '옳은 일'을 하길 바라고, 결과를 얻기를 원한다.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신성한 헌법적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은 종결됐다'며 트위터를 통해 "특검의 수사보고서와 다른 게 없다"면서 "증거는 불충분했고 그러므로 무죄"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논란에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저지른 범죄로 어떻게 공화당 대통령을 탄핵하냐"며 "마녀사냥이다"고 비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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