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TV·방송

[N현장] "청취자 위로한 1만4600시간" 양희은의 '여성시대' 20년(종합)

뉴스1

입력 2019.06.04 14:59

수정 2019.06.04 17:17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양희은의 여성시대/MBC 제공 © 뉴스1


MBC 제공 © 뉴스1
MBC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라디오를 20년을 했다. 그건 그만큼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다. 힘들고 지치면서도, 긴 세월의 짝사랑을 한 것 같다."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양희은, 서경석, 강희구PD, 박금선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여성시대'는 지난 1988년부터 방송됐으며, 양희은은 지난 1999년 6월7일부터 DJ석에 앉아 올해로 20년째 청취자와 호흡했다.

20년간 방송은 총 1만4600시간이며, 소개된 편지는 5만8000여 통이다. 그동안 양희은과 함께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서경석이 호흡을 맞췄다.

20년간 청취자와 만난 양희은은 2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 수여되는 '골든 마우스' 상을 받는다.

이날 양희은은 "20년을 목표로 방송을 했다면 절대 이날을 맞을 수 없다"라며 "처음엔 그냥 한 1~2년 생각했다가, 사연의 무게가 무겁고 나 역시 갱년기를 지나며 힘든 시간도 보냈다.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지나다가 어느새 20년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이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20년 세월이 어느 정도인지 잘 가늠이 안 된다. 하루하루 날이 쌓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에게 '여성시대'가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이 세상 어느 대학보다 '여성시대'에서 학위를 따고 또 따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라고 했다.

양희은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서경석은 "양희은 선생님의 프로정신이 어마어마하다"라며 "방송에 절대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시간 관념이 철저하고 특히 식사시간이 정확하시다.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양을 드셔야 다음 스케줄로 넘어간다"며 "그런 철저함이 20주년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겠나. 먹는 것부터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를 높게 생각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성시대'의 전신인 '여성살롱'부터 프로그램을 이끈 박금선 작가는 "처음에는 일로 시작했는데, 우리는 편지를 많이 읽으니까 그때그때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나도 청취자의 입장이 되어서 마음을 느낀 적이 있다"라고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내 둘째 아이가 말도 늦고 내성적인 아이엿다. 다른 엄마처럼 어린이집에 놓다시피 하고 출근하는데 '이렇게 해서 일을 해야 하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며 "그때 택시기사가 나한테 '아줌마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 '여성시대' 들어보라. 아줌마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웃음이 나더라"며 " 청취자도 이런 마음이구나 싶어서 더 씩씩해질 수 있었다. 나도 위로받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양희은은 20년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냐는 물음에 "'희재 엄마'의 편지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기 암 환자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사흘에 걸쳐서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말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어떤 분은 자기 휴가를 사연자의 병상에서 함께 했고, 과일즙이라도 짜서 입에 축여주라고 소정의 금액을 보낸 분도 계시다"라며 "전화연결을 해서 사연자의 목소리도 들었고, 그 뒤로 그는 떠났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 나는 30주년 음반을 준비할 때인데 이땅의 많은 힘든 분들에게 헌정하는 음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반을 만든 기억도 난다"라고 덧붙였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했던 역사를 돌이켜봤다. 양희은은 과거 폭력남편 사연이 많이 나오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DJ) 전유성이 '이른 아침에 이런 사연을 굳이 배달해야 하나'라고 하길래 '이런 편지가 안 올 때까지 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행히 요새는 이런 사연이 덜 온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여성시대'의 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마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곳이 필요한 것 같다"며 "요즘에는 대화방, 문자 등 금방 고민을 해소할 공간이 생겨서 예전보다 손편지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방송이 되지 않아도 좋다면서 내밀한 이야기들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청취자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양희은 선생님도 개인적으로 편지를 많이 받으시는데, 비밀을 지켜줄 것 같고, 약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호통도 쳐줄 것 같아서 사연이 많이 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양희은은 "(20년 장수) 비결은 없다. '여성시대'는 사람들이 욕심이나 사심을 가지고 글을 써서 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가슴으로 쓰는 편지다. 아무데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찾아서 보내는 것이다. 나는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썼다"라고 말했다.

양희은은 '여성시대'의 향후 계획에 대해 "연예계 생활 49년, 계획은 없었다. 어떤 노래를 할지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러면서 60대까지 가수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사람이 계획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동안 가볍지 않은 사연들을 만나는 것이 그를 힘들게 했다고. 양희은은 "가벼운 사연보다 묵직하게 감성을 누르는 사연들이 많다. 사연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제일 힘들었고, 내가 언제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계획도, 계약도 없어서 그만두면 그만 두는 거다"라며 "내가 '여성시대'라는 자리를 힘으로 알고 휘두르려고 하면 마이크를 놔야 한다. 누구에게 충고를 한다거나 가르치거나, 청취자에게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지면 내려와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충고해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에게 20년의 소회는 '없다'고. 양희은은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다"면서도 "라디오를 20년을 했다. 그건 그만큼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다. 힘들고 지치면서도, 긴 세월의 짝사랑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양희은이 생각하는 '여성시대' DJ 양희은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그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전파는 허공에 날아가는 것이다.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므로, 나 자신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굳이 흔적을 왜 남기겠나. 그렇게 사라지는 거다.
그렇게 '끝'"이라고 말해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