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아랍 ‘문화수도’ 샤르자, 韓 문화 확산기지로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4 17:25

수정 2019.06.04 17:25

[특별기고] 아랍 ‘문화수도’ 샤르자, 韓 문화 확산기지로

필자는 지난 1월 말 '두바이 에미레이트와 두바이 제국'이라는 파이낸셜뉴스 칼럼을 통해 부르즈칼리파, 세계 최다 여객을 유치하는 두바이공항, 에어버스380을 최다 보유한 에미레이트 항공사, 물류 허브 제벨알리 프리존, 모든 수업을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들, 아랍에미레이트(UAE)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한 에미라티 인구, 200개 국적의 거주 외국인들, 제국적 통치방식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샤르자(Sharjah)'와 더불어 UAE의 독특한 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샤르자는 UAE 7개 '에미레이트'의 하나이다. 샤르자는 두바이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화려한 두바이와는 달리 샤르자는 문화와 예술, 인본주의와 정신세계를 추구한다. 샤르자는 1998년 아랍세계 문화수도, 2014년 이슬람 문화수도, 2015년 아랍 관광수도, 2019 세계책수도로 지정된 바 있다.


샤르자 왕가 사람들은 문화 후원자들이다. 알 카시미 통치자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저술가이고 문화애호가이다. 그의 샤르자헤리티지연구소와 의상 컬렉션, 폭력과 테러의 뿌리를 없애고 인본주의를 장려하기 위하여 설립했다는 알 카시미아 대학, 후르 공주가 직접 관장하는 샤르자예술재단과 국제비엔날레 행사, 대외적으로 문화 이미지를 제고하는 셰이크 파힘의 정부관계부, 자밀라 공주가 운영하는 샤르자인도주의센터, 샤르자박물관청장 산하 17개 박물관, 1845년께 진주상인 알 나부다가 거주하던 고택, 1927년 최초로 신문을 발행한 알 미드파의 집(현재는 알 바이트 호텔)과 인근의 전통시장, 박물관, 갤러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샤르자는 중세 유럽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을 연상시킨다.

에미레이트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즐리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마즐리스(Majlis)란 공동체 마을 사람들이 자주 만나 담소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아고라 같은 곳이다. 과거 우리의 사랑방과 유사하다. 1920년대 샤르자의 지식인과 상인들이 시, 문학, 정치를 논하던 '알 미드파 마즐리스'가 대표적이다. 샤르자는 마즐리스의 전통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공론화해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자문이사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시민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UAE는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정했다. UAE는 다른 아랍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과 외국 문화, 관습, 종교에 관대하다. 이는 UAE의 각 에미레이트가 동서양, 중동·중앙아·서남아·아프리카의 교통과 교류의 허브였다는 점에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두바이, 샤르자 등 북부에미레이트에는 UAE 1000만명의 인구 중 700만명이 거주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느냐고 묻는다.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원, 세종학당이 전혀 없다. 아부다비 우리 문화원까지는 자동차편으로 1시간30분 이상이 소요되니 오가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샤르자는 외국의 문화원·학술기관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문화원, 학술기관이 설치된다면 이곳을 중심으로 인근 대륙에 우리 문화와 언어를 확산시키고 이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2020년은 한·UAE 외교관계 수립 40주년이자 '2020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는 해이다.
샤르자에 우리 문화의 확산 기지가 설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영욱 주두바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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