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 현수막이라도, 뜯어내면 재물손괴죄라네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4 17:43

수정 2019.06.04 17:43

철거 대상이자 과태료 내야 하지만 지자체 아닌 개인이 철거시 훼손땐 타인 소유물이라 처벌 받을 수도
불법 현수막이라도, 뜯어내면 재물손괴죄라네요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박모씨(40)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집 앞 가로수에 걸린 불법 광고 현수막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자신이 사는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며칠 뒤에 다시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스스로 치워야겠다 결심을 해 날을 잡아 칼로 현수막 한쪽을 뜯었다. 그런데 갑자기 낯선 사람이 다가와 "왜 남의 자산에 손을 대냐"며 물어내라고 요구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결국 박씨는 상대에게 10여 만원의 돈을 물어주게 됐다.

■불법 현수막, 무단철거하게 되면

거리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을 개인이 마음대로 뜯어낼 경우 자칫 현수막 게시자에게 배상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는 해당 지자체 별로 합법적 게시대를 제외하고, 가로수와 전봇대, 가로등, 도로 분리대 등에 설치된 현수막은 불법이다.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을 설치한 사람은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불법 현수막은 철거 대상이자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개인이 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훼손이 생길 경우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물손괴에는 낙서, 오물 투척 등도 포함된다. 재물손괴죄에 해당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오피스텔 입주민들이 인근 아파트에 설치한 현수막을 무단 철거한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민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형을 내린 바 있다.

불법 현수막이 눈 앞에 있어도 지자체 또는 지자체가 위임한 철거 인력이 아닌 개인이 철거시 괜한 소송에 말려들 수 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지음 장희진 변호사는 "불법으로 설치된 현수막이라고 해도 개인의 소유물인만큼 타인이 임의로 철거하거나 수거할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불법 현수막이 개인 소유지 내에 부착됐거나 개인 주택의 일조권을 침해할 경우, 아파트 관리소장 등 철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철거했을 경우에는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안전한 철거를 위해서는 앞서 관계기관에 해당사실을 전하고 정식으로 현수막의 수거 요청을 하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단속에 어려움 호소

한편 서울시 등 전국의 각 시·군·구 지자체에서는 주기적으로 불법 현수막 단속에 나서는 등 캠페인을 전개하고 민원에 대응하고 있지만 현수막 수거 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어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불법현수막 철거와 관련된 민원 신고 건수는 연 평균 17만2000여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기동정비반을 운영해 주기적으로 불법 현수막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이와 함께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고, 올해는 12억8000만원 상당의 예산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현수막을 일일이 적발하고 신속하게 수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어서 수거 보상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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