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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생리혈에 "축축찝찝 대환장".. 생리대 광고 달라졌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6 17:49

수정 2019.06.06 17:49

유한킴벌리 생리대 화이트의 최근 광고에서는 빨간색 공간에서 위아래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대규모 자궁 리모델링, 기간 일주일, 양 역대급’이라고 공지한다. 이는 여성의 생리 전 자궁벽에 있는 생리혈을 의인화한 것이다. 유한킴벌리 제공
유한킴벌리 생리대 화이트의 최근 광고에서는 빨간색 공간에서 위아래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대규모 자궁 리모델링, 기간 일주일, 양 역대급’이라고 공지한다. 이는 여성의 생리 전 자궁벽에 있는 생리혈을 의인화한 것이다. 유한킴벌리 제공

“생리대라고 말하기 부끄러워요?” “축축찝찝 대환장 생리 파티 속에서.”
최근 국내 생리대 광고에서 이처럼 생리를 ‘그날’이 아닌 생리로 표현하고 생리혈을 빨간색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깨끗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20대 여성이 ‘샤랄라’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기존 생리대 광고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 흰바지·원피스 입은 여성이 "그날이 와도"
생리대는 1995년 방송광고 심의규정이 개전되기 전까지 방송광고 금지 품목이었다.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 후 광고는 한결같이 생리를 생리라 하지 않으면서 “그날이 와도”라고 속삭였고 여성은 파란 피를 가진 존재처럼 묘사됐다.

또 그동안 공식이라도 있듯이 생리대 광고는 줄곧 예쁜 여성들이 상쾌한 표정으로 하얀 침대 커버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아니면 ‘그날’이 왔다며 흰색 바지나 원피스를 입은 채 자전거를 탄다든가 발레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광고 속 여성은 혼자 다양한 자세의 스트레칭을 하거나 심지어 호감 있는 남성에게 업히기까지 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철수한 P&G가 20여년 전 선보인 위스퍼 광고에서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산림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삼림욕처럼 맑게!’ ‘그날 삼림욕하듯 여자가 맑아진다’ 등의 광고 문구를 담아내 깨끗함을 강조했다.

■생리 언급하며 생리혈 파란색→붉은색으로
하지만 이 같은 생리대 광고는 실제 생리를 하는 여성 입장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광고와 다르게 생리 중인 여성들은 흰 옷을 입을 수 없고 하루 종일 불쾌한 느낌이 들고 뭘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나트라케어는 작년 말 기존 생리대 광고 틀을 벗어나 ‘그날’ 대신 ‘생리’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는 첫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 속 여성들은 “그날? 그날이 도대체 뭔데”, “아프고 신경질나”, “뭘 입어도 불안해”, “절대 상쾌하지 않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게 생리야”라고 말한다.

최근 공개된 유한킴벌리 생리대 브랜드 ‘화이트’ 광고에서는 빨간색 공간에서 위아래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대규모 자궁 리모델링, 기간 일주일, 양 역대급’이라고 공지를 띄운다. 이는 여성의 생리 전 자궁벽에 있는 생리혈을 의인화한 것으로 ‘생리 터진다’는 표현도 숨기지 않는다.
유기농 생리대 업체 라엘도 생리대를 언급하면서 붉은 생리혈이 생리대에 흡수되는 장면을 담은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라엘의 온라인 매출은 10배, 공식 사이트 회원수는 20배 증가했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그동안 생리를 ‘그것’이나 ‘마법’, ‘그날’로 표현하고 빨간 월경혈을 파랗게 표현하는 등 생리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공적인 장에서 감춰야 하는 것처럼 여겨왔다”며 “최근 생리대 광고의 변화는 페미니즘 확산과 함께 생리를 있는 그대로 여기는 등 사회적 인식 변화의 신호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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